부동산 부동산일반

세원노출 피하려 유주택 세입자 선호 불보듯

임대소득 과세 형평성 논란 … 전월세 대책 벌써부터 잡음

월세 공제 무주택자 한정돼 집주인, 주택 유무 따질 판

확정일자 누락·미신청 많아 임대인 소득 파악도 어려워

한 시중은행 주택대출 창구에서 고객이 직원과 상담을 하고 있다. 기존 전세 세입자의 월세 및 매매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대책이 잇따르면서 주택 구매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일부 대책은 설익은 내용으로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권욱기자


월세 세입자의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늘린 정부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 시행도 전에 논란을 빚고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소득공제액이 늘어나 그만큼 실질 월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집주인 입장에서는 자칫 소득 노출에 따른 세금 폭탄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월세 소득공제가 무주택자에게만 한정되다 보니 똑같은 임대료를 받고 있는 집주인이라도 세입자의 주택 보유 유무에 따라 세원 노출 여부가 결정될 수 있는 등 과세의 형평성을 둘러싼 시장의 불만이 커지는 분위기다.


◇임대소득 노출 피하려면 유주택자에게 월세 받아라?=예컨대 A아파트 전용 85㎡를 보증금 2억원 월세 100만원에 세를 놓는다고 하면 이번 소득공제 확대 조치로 무주택자인 세입자(연소득 7,000만원 이하)는 소득공제 한도인 750만원의 10%인 75만원을 연말에 환급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세입자가 다른 아파트를 소유한 유주택자라면 세금환급액은 '0원'이다. 소득공제가 무주택자에게 한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형평성 문제는 집주인에 대한 과세 문제다. 1년에 1,200만원의 임대소득을 얻고 있지만 무주택자에게 세를 놓은 집주인만 세금을 물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칫 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의 주택 보유 여부를 확인한 후 유주택자에게만 세를 놓으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2년 기준으로 2채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 중 주택 임대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전체의 6%인 8만3,000명에 불과하다. 정부의 어정쩡한 과세 방침으로 나머지 94%의 임대인들은 어떤 세입자를 받느냐에 따라 소득세 부과 여부가 결정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 셈이다.


◇확정일자로 임대소득 파악하겠다고?=국세청이 국토교통부가 확보하고 있는 임대차 확정일자 자료를 넘겨 받아 임대소득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허점투성이다. 세입자가 최초 계약 때 확정일자를 받은 후 재계약을 반복할 경우 확정일자가 갱신되지 않기 때문에 누락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보증금이 없는 순수 월세의 경우 아예 확정일자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확정일자를 통해 파악 가능한 집주인들의 임대소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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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동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임대인에게 발생한 세금은 반드시 임차인의 임대료로 반영되기 마련"이라며 "앞으로 임대인들이 세원 노출을 피하기 위해 임차인을 골라서 받는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월세 소득 많은 다가구주택 보유자가 최고?=이번 대책에서 정부가 임대소득세 분리과세 기준으로 제시한 '연 소득 2,000만원, 2주택자 이하' 기준 역시 논란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다가구주택이다. 다가구주택은 실제 거주 가구 수와 관계없이 별도 등기가 불가능한 1채의 주택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는 것이다. 반면 1억원 안팎의 소형 도시형생활주택 3채를 보유한 경우 실제 임대소득에 관계없이 다주택자로 인정돼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정부가 초저리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도시형주택·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역차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 강남에서 다가구주택 30억원짜리 한 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1억원짜리 도시형생활주택 3채를 보유한 집주인 중 어느 쪽이 임대소득이 더 높겠느냐"며 "노후의 안정적 수익을 위해 도시형주택이나 오피스텔을 매입했던 상당수 은퇴자들이 자칫 세금 폭탄을 맞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집주인-세입자 원수가 되라?=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자칫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 소지를 더욱 커지게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집주인의 동의 및 확정일자 없이도 월세임대차계약서와 월세납입 증명만으로도 공제신청이 가능하도록 한데다 연말정산을 신청하지 못하더라도 향후 3년 이내 세무서에 경정청구를 가능하도록 한 것은 집주인이 나중에 뒤통수를 맞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만일 임차인이 집주인 몰래 월세 소득 공제신청을 했다면 국세청이 임대인의 소득이 파악됐음에도 과세를 안 하겠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국세청이 자기 업무를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논리에 맞지 않는다"며 "집주인 몰래 소득공제 신청을 하게 되면 집주인과 원수지간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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