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에너지기업 부정관행 속속 드러나
엔론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 에너지 업계의 고통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온갖 부정이 난무했던 에너지 업계의 '썩은' 관행이 속속들이 불거져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데다, 각 개별 기업의 심각한 신용위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에너지 업계 전체가 한 동안 긴 어둠의 터널을 거쳐야만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부정 관행 드러나 주가 폭락세로
미 에너지 기업들이 거래 규모를 과다계상했고 미 정부는 이를 알고도 묵인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엔론 뿐만 아니라 다이너지, 릴라이언트 리소스 등 대다수 에너지 기업들이 매출 규모를 부풀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서는 전력 등 에너지 거래가 자유화돼 있어 기업들끼리 담합을 할 경우 얼마든지 위장거래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빈번한 사기 수법은 '왕복거래(round- trip)'다. 기업끼리 짜고 없었던 거래를 마치 있었던 것처럼 장부를 조작하는 것.
부정은 기업들에게 국한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의원들에 따르면 미 규제당국이 이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혐의다.
의원들은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이를 알면서도 막는 데에 실패했고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부패의 실태가 속속 밝혀지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엔론의 주식은 이미 거래가 정지됐고 다이너지, 릴라이언트 리소스의 주가는 올들어 고점대비 반토막이 났다.
▶ 신용 위기 가능성도 높아져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15일 핼리버튼과 다이너지, 릴라이언트 리소시스 등 에너지 기업들이 '신용위기(credit cliff)'에 빠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S&P는 이들 에너지기업들이 대출 계약시 주식으로 대출금을 상환하는 등 특별 조항을 체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신용등급이 소폭 하향조정당하거나 유동성에 약간의 차질이 빚어만 빚어져도, 기업의 신용 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신용 위기로 심각한 유동성 문제에 직면할 경우, 에너지 기업들이 줄줄이 엔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