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대 이상 선전한 한국 탁구

`이보다 좋을 순 없다.' 한국 탁구가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중국의 올림픽 3회 연속 전관왕 시도를 저지하며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쳐 침체된 탁구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유승민)과 여자복식 은메달(이은실-석은미), 여자단식 동메달(김경아)이라는 귀중한 성과를 거뒀다. 이는 88년 서울올림픽 때 유남규(농심삼다수 코치)와 현정화(여자 대표팀 코치)-양영자(몽골 거주)가 남자단식과 여자복식에서 각각 금메달을 딴 후 최고 성적. 올해 안방에서 열린 2004코리아오픈과 올림픽 전초전이나 다름없던 2004싱가포르오픈 때 중국에 전 종목 싹쓸이를 허용하며 `노메달'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던한국으로선 비약적인 발전인 셈이다. 특히 지난 4월 대표팀 구성을 둘러싸고 일부 실업팀의 보이콧으로 대표 선수들의 태릉선수촌 입촌이 지연되는 등 심한 내홍을 겪었고 훈련기간도 70여일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메달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극적인 드라마는 남자 간판 유승민(삼성생명)이 썼다. 세계랭킹 3위 유승민은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차세대 에이스 왕하오(세계 4위)를 4-2로 제압하고 세계 정상에 올라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왕하오는 중국이 유럽세를 꺾기 위해 개발한 `이면타법' 계보인 류궈량-마린을이은 기대주로 이번 대회 준결승에서 동료이자 세계 최강자인 왕리친을 꺾어 우승이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선수. 그럼에도 유승민은 성인대회 상대전적 6전전패의 열세를 딛고 왕하오를 누르고중국 벽을 넘어 16년간 금메달에 목말랐던 한국 탁구에 시원한 단비를 내렸다.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서도 이은실(삼성생명)-석은미(대한항공)조가 세계 1,2위가 호흡을 맞춘 중국의 장이닝-왕난조의 벽에 막혔지만 값진 은메달을 땄고 에이스 김경아(대한항공)도 올림픽 사상 첫 수비전형 선수 메달리스트의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만리장성 허물기와 한국 여자탁구의 세대교체는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중국은 남자단식을 놓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지만 세계 최강자 장이닝이 여자단.복식 제패로 2관왕에 오르고 마린-첸치조도 남자복식 금메달을 가져가며 탁구 최강국의 면모를 과시했다. 중국의 독주 견제에는 성공했지만 만리장성은 여전히 높고 견고하다는 사실도아울러 확인한 것이다. 더욱이 한국 여자는 28세 동갑내기 이은실과 석은미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사실상 태극마크를 반납할 것으로 보여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지 않으면 향후 몇 년간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하기 어렵다는 우려에 직면하게 됐다. 한편 북한은 김현희-김향미조가 8강 남북대결에서 고배를 마셨지만 김향미가 남북합동 응원 속에 여자단식 은메달을 수확, 국제무대에서 매운 맛을 보여줬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침체된 인기를 되살릴 수 있는 호기를 맞은 남북 탁구가 중국의 독주를 저지한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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