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의 부품·소재산업] 2. 투자여력이 없다

국내 독자기술 개발품 대기업 문전박대 일쑤『우리 대기업은 결코 부품·소재 업체들의 기술 개발을 원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자동차부품을 주로 생산, 판매하는 A업체의 자금부 金모 차장. 최근 나아진 어음유통 사정 때문에 한숨을 돌렸지만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은 영 가시지 않는다며 씁쓸해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독일 업체와 제휴, 연료분사장치를 개발해 완성차에 공급해왔다. 그동안 비싼 로열티까지 지불하고 배운 것에다 어깨너머 익힌 것까지 합치면 이제 독자 개발도 할 수 있을 것같은 자신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격이라고나 할까,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이 회사의 기술개발에 반대했다. 『국내 부품업체의 실력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죠. 우리가 완성차 업체와 함께 개발해보자고 설득했지만 대기업들은 그냥 예전 제휴선인 독일업체로부터 품질보증이나 받아오라며 거절했습니다』 국내 부품업체들은 신기술 개발 초기에는 정부로부터 자금지원도 받아 기분좋게 출발한다. 정부도 산업기술개발자금 등 이들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유쾌한 진행은 여기까지다. 막상 개발된 기술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상품화 단계에 이르면 이처럼 외국 선진기술을 좋아하는 대기업들에게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대기업들은 부품 소재업체들에게 로열티 지불 부담까지 지우며 기술개발을 막고 있는 것이다. IMF(국제통화기금)위기동안 무려 120일짜리 어음을 끊어주며 자금 압박을 주던 일도 예사였다. 심지어는 원청회사의 원가절감을 위해 납품업체에 무작정 납품단가 5%, 10% 절감을 강요하는 바람에 그많은 부품회사들이 나가 떨어졌는데 자금난을 겪던 대기업의 경우 그 압박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벼랑으로 떨어진 후 간신히 기어올라온 새끼만 사는 「사자식 생존법칙」에서 살아난 업체들마저도 자금이 바닥나고 투자여력이 소진돼 신기술 개발을 위해 다시 빚을 얻는 신세가 되기 일쑤다. 포스코(40%)와 삼성전자(20%), 미국의 MEMC사(40%)가 합작한 반도체웨이퍼 생산업체인 포스코휼스. 포스코가 계열사이지만 지난해 만만치않은 적자가 나면서 구조조정 계획에 포함돼 지분을 미 MEMC에 매각한다는 방침이 서있다. 이 회사는 6인치, 8인치 웨이퍼에서 12인치 웨이퍼 생산체제로 옮겨가야 하는 세계 추세에 대응하지 못해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 IMF동안 국내 웨이퍼 구매업체들이 반도체가격 하락에 따라 이 제품의 가격을 다운시킬 것을 강요하는 바람에 제대로 수익을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내부 유보금이 없어 12인치 웨이퍼 생산을 위한 설비개체를 못한 채 주주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가 아예 매각대상에 올라버렸다. 정부의 지원도 실제 명분만 그럴싸할뿐 속을 들여다보면 영세한 부품 소재업체로는 「그림의 떡」이다. 정부의 산업기술개발자금을 대신 집행하는 한국기계공업진흥회에는 최근 자금 요청차 왔다가 발길을 돌리는 업체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정책자금이라 대상업체에 큰 메리트가 될 법도 하지만 금리가 최고 연리 8.75%나 돼 차라리 은행대출에 비해 큰 도움이 안된다며 씁쓸해하는 모습이었다. 문주용기자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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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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