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협회의 신임 회장 선출(10일)을 앞두고 증권가가 뒤숭숭하다.
이번 증권업협회장 선출은 협회 출범 50년 만에 처음으로 경선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한달 전만 해도 오호수 현 회장(60)이 자연스럽게 연임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나, 황건호 전 메리츠증권사장(53)과 박중진 동양종금증권사장(53)이 도전장을 내밀어 3파전 양상이 됐다.
회장 자리를 놓고 예상 밖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자 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윤계섭 서울대 교수)는 아예 35개 증권사 대표로부터 후보추천을 다시 한번 받고, 9일에는 후보를 대상으로 증권산업 발전방안 등에 대해 면접을 실시했다. 후보추천위원회가 이 같은 심사를 토대로 10일 총회에서 후보를 추천, 회원사들의 투표로 회장이 결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오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지만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의 역학관계 등 변수가 많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증권협회 직원들은 선거와 관련해 `입 조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증권업협회를 비롯한 주요 협회의 회장 선출이 정부 출신 인사 또는 정부의 내락ㆍ명망 있는 업계 인사를 놓고 추대형식으로 진행된 것이 일반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증권업협회장 선거는 투명성을 지향하는 사회적 변화에서 경제계도 예외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증권업협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임자들은 모두 재무부 관료 출신이거나 정부의 `사인`을 받은 증권계 인물이다.
따라서 이번에 증권업협회장이 누가 되든 정부의 입김이 사라지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한국증시가 한 단계 발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중에 증시통합ㆍ임기만료 등과 관련해 10여개 증권유관기관장이 바뀔 예정이어서 증권유관기관장을 비롯한 금융계 인사의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
<이학인 기자 <증권부> leej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