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실거래 자료 누락' 시장 혼란만 키운다

혼선 주는 거래 걸러낸다지만 국토부 자료, 지자체와 불일치

기준도 모호해 되레 왜곡 불러… "있는 그대로 시장에 보여줘야"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각 공개하는 실거래 자료가 달라 주택 매매거래 과정에서 혼선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토부와 서울시가 공개한 거래량이 각각 16건, 61건으로 큰 차이를 보인 서울 강남구 개포지구 전경. /서울경제DB

서울 강남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상담을 하던 도중 매도희망자 B씨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A씨가 실제 거래가격을 바탕으로 제시한 적정 매매가격에 대해 B씨가 실제 거래가격이 아니라고 따졌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해 12월 인근 중개업소에서 실제 거래된 4억2,700만원의 실거래가격을 바탕으로 4억3,000만원 안팎의 매도가격을 제안했지만 B씨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는 그런 거래가 없다며 계약을 앞두고 가격을 더 높여야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A씨는 "실제로 국토부 실거래가격을 조회해보니 정말 해당 거래건이 없었다"며 "하지만 서울시 실거래 사례에는 있어 겨우 오해가 풀렸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달 공개하는 실거래 자료와 서울시와 인천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실거래 사례가 일치하지 않아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국토부는 시장에 혼선을 줄 수 있는 거래를 걸러내는 과정에서 지자체 자료와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누락 건수가 너무 많고 가격에 별 문제가 없는 거래도 빠져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포동 M공인 관계자는 "실거래가격 자료는 시장 상황을 파악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라며 "지자체와 정부의 자료가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개포동 12월 거래 45건 빠져=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강남구 개포동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총 61건이지만 국토부가 발표한 이 지역 아파트 거래 건수는 16건에 불과했다. 무려 45건(73.7%)이 누락된 것이다.


이는 서울시처럼 실시간 실거래가를 공개하는 인천시와 국토부 자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의 경우 지난해 12월 총 112건(단지명 미입력 거래는 제외)의 실거래 사례가 공개돼 있지만 국토부는 이 중 33건만을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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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는 이처럼 지자체 자료와 국토부의 실거래 자료가 차이 나는 이유로 시장을 왜곡할 수 있는 거래는 제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반적인 거래가격과 차이가 많은 거래는 걸러냈기 때문에 지자체 자료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토부의 설명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우선 국토부는 2009년 7월부터 과거 거래량에 포함하지 않았던 하한부적정가격(가격이 낮아 다운계약 등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 거래를 실거래가에 포함해온데다 누락된 거래도 시장을 왜곡할 정도로 가격이 터무니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12월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서 빠진 개포동 시영아파트 40㎡형 2건의 거래는 매매가격이 각각 5억8,000만원(4층)과 5억7,200만원(5층)으로 누락되지 않은 거래(5억7,900만원)와 별 차이가 없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풍림아이원2단지 85㎡ 역시 누락된 2건의 거래가격은 각각 3억3,000만원, 3억5,700만원으로 기록된 거래(3억4,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위적 필터링으로 시장 왜곡 가능성=문제는 국토부가 통계에 인위적으로 손을 댐으로써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천 송도 푸르지오하버뷰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12월 총 5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국토부 자료에는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은 것으로 나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오해를 살 수 있다. 또 상당수 거래가 여러 이유로 공개되지 않아 시장 참여자들이 해당 물건에 대한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개포동 대치대청아파트 51㎡는 지난해 12월 5억1,000만~5억3,000만원에 거래됐는데 국토부 자료에는 5억3,000만원 거래만 공개돼 있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의 시세를 5억3,000만원으로 파악한 매도자는 호가를 그 이상으로 높이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한 달 전보다 2,0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판단해 거래에 소극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대개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매도호가와 희망 매수가격을 결정한다"며 "거래가격에 대한 정보가 줄어들면 그만큼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정부가 임의의 기준에 따라 거래사례를 걸러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시장에 보여줌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시장 상황을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필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그 기준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가 임의로 신고된 거래를 누락시켜 실거래가격 정보가 신뢰를 잃는다면 오히려 시장은 더욱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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