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공계 정부출연硏 이대로는 안된다] (중)

그동안에는 정부예산을 「어디에 투입했나」에 초첨이 맞춰져왔다. 「어떤 성과를 거뒀는가」는 뒷전이었다. 연구성과에 대한 적절한 평가는 물론 예산지원에 따른 사후관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50여개에 이르는 정부출연(연)을 총리실 산하로 끌어모아 경제사회연구회·인문사회연구회·기초기술연구회·산업기술연구회·공공기술연구회 등 5개의 연구회(연합이사회)로 편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출연(연)법」을 제정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정부출연(연)을 중립적 위치에 있는 총리실 산하에 두기로 한 것은 일단 이들의 독립성(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불러온 정책적 오류는 각 부처 산하기관으로 예속돼 있는 정부출연(연)이 눈치보기에 급급, 제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제도적 장치로 보완한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독립성을 보장한 것은 한국개발연구원·산업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주로 정책 관련 정부출연(연)에 비중을 둔 포석. 생명공학연구소·자원연구소·기계연구원 등 이공계 정부출연(연)에는 주무부처의 입김을 차단한다는 차원보다 시장경쟁 체제를 도입,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목적이 더 강하다. 즉, 기초기술연구회·산업기술연구회·공공기술연구회 등 이공계 연구회에 연구기관간 유사·중복기능 조정, 연구성과 평가, 기관장 임명 등 경영과 관련된 일체의 권한을 주되 경영성과에 따라 예산(출연금) 규모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이미 이공계 정부출연(연)에 대한 출연금 규모를 반영한 상태다.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에는 기존 예산의 70%, 기초기술연구회와 공공기술연구회 산하 연구기관에는 80%만 주고 나머지는 정부가 발주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따내 자체적으로 조달하되 경영성과가 나쁘면 다음 연도에 그만큼 출연금 규모를 깎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이공계 정부출연(연)은 좋든 싫든 공개된 기술시장에 참여, 세일즈를 해야 한다. 산업기술은 기업의 몫이고 이공계 정부출연(연)은 기초·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는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시장경쟁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특정 연구개발사업비의 60% 이상을 산하 연구기관에 몰아줬던 과학기술부는 앞으로 백지상태에서 대학·기업 등과 경쟁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제 이공계 정부출연(연)은 생존차원의 경쟁체제에 들어갔다. 정부도 엄연한 기술 수요자로서 돈을 주고 수탁과제를 의뢰하며 이공계 정부출연(연)은 그에 합당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정부출연(연)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키」는 아니다. 그러나 이공계 정부출연(연)의 변신을 재촉하는 「기폭제」는 될 것이다. 【정구영 기자】 <<영*화 '트/루/먼/쇼' 16일 /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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