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시 숲 만들기운동

사람들에게 가장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색이 바로 녹색이다. 그리고 숲은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자연공기청정기'다.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숲을 접하고 있을까? 조사에 따르면 도시민중 절반이 숲을 접하는 기회가 한달에 1번도 안된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90%가 모여 살고 있는 도시지역 생활환경이 얼마나 삭막한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부와 우리 국민들은 지난 40여년 동안 산림녹화사업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우리 국토에서 벌거숭이 민둥산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숲의 울창한 정도를 나타내는 산림지역의 ha당 임목축적 수준은 6ㆍ25전쟁 직후 6㎥에서 지금은 67㎥로 11배나 넘게 증가하는 등 산림녹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이제 산림녹화사업은 새로운 나무를 심는 식목사업보다 이미 심은 나무의 생육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육림사업이 훨씬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산림녹화의 성공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할 뿐, 나머지 절반은 철저히 실패하고 말았다. 지금 서울시민 1인당 도시숲(생활권숲) 면적은 고작 3㎡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권고기준치인 1인당 9㎡에 비해 30%남짓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산림녹화를 위해서 공휴일을 만들고 국민운동까지 전개한 반면, 우리 자신이 생활하는 생활권 녹화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이로 인해 급속한 경제개발과 도시화의 진전과정에서 생활권 녹지는 사라지고 회색콘크리트가 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특히 시가지 내ㆍ외의 녹지체계의 연계성이 완전히 단절돼 시가지 내에서는 더 이상 자연생태계의 숨소리를 느낄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많은 시민들이 숲을 찾아 주말마다 길을 나서고 있다. 이제 '도시숲 만들기'를 '제2의 녹화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서는 정부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국민들의 생활권 녹지수요가 날로 급증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이를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먼저, 예산지원문제가 그렇다. 지난 2000년에 지자체의 도시숲(도시공원, 가로수, 학교숲 등) 조성예산이 4,116억원이었는데 산림청의 2002년 도시숲 조성예산은 고작 2억5,000만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시 숲 조성사업이 지자체의 업무라며 중앙정부에서?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에서 도시 숲 사업비의 50%를 지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도 되새겨봐야 한다. 또한 '삶의 질 개선'을 중요한 국정목표로 제시했던 '국민의 정부'가 국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도시 숲 조성사업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 역시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도시 숲 조성사업비의 30%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함으로써 국민들의 요구에 부흥하고 지자체의 사업추진도 활성화시켜서 제2의 녹화운동에 중앙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그리고 도시지역 녹지에 대한 접근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와 지자체는 도시지역 녹지문제를 산림관리 개념을 배제한 채 도시계획상의 주거지역, 상업지역 등과 함께 토지이용 차원에서 다루어 왔다. 일본의 경우 도시계획법과는 별도로 이미 73년부터 도시녹지보전법을 운영하고 있고, 관련 도시녹지지표도 '1인당 공원면적', '시가지 녹지율', '1인당 가로수본수' 등 다양한 지표를 운영함으로써 쾌적한 도시환경 관리에 힘쓰고 있다. 정부의 도시지역 녹지에 대한 인식과 기본정책은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환경자원 차원이 아니라 단지 조경기능 수준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제부터 도시지역 녹지조성과 보전문제는 생활주변 가까이에서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환경자원을 조성하고 그 가치를 증진한다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우리도 '숲속의 도시'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시 속의 숲'을 위해 함께 새로운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바쁜 일상에서 자주 찾기가 쉽지 않은 먼 곳의 숲보다 생활주변의 작은 숲이 더욱 절실하다. 학교와 관공서의 높은 담장을 그늘이 있는 나무와 벤치로 바꾸고, 활용되지 않는 국공유지와 자투리땅을 소규모 공원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지금보다 훨씬 쾌적한 도시를 이룰 수 있다. '도시 숲 만들기 운동'으로 콘크리트로 가득찬 회색도시를 녹색도시로 바꾸고, 우리의 삶을 더 여유롭고 보다 풍요롭게 살찌워 나가야 할 것이다. /권기술<한나라당 의원·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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