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수필] PP와 DJ

孫光植(언론인)5.16 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장군은 권력장악의 정치무대 뒤에서 5개년 계획이라는시나리오를 태평로에 있던 한 건물에서 작성했다. 이 작품이야말로 숱한 정치적 과오에도 그를 한국의 인물로 만드는 동력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성장이라는 단어는 등장도 안했고 국가재건이라 했다. GNP같은 개념은 더 말할 것도 없었고 성장률이라는 것도 주먹구구식이었다. 그는 혁명위로 재벌들을 불러 국가재건을 위해 책임분담을 명령했다. 권력과 재벌과의 협력과 긴장이라는 틀은 이렇게 해서 시작됐다. 그 이후 한국재계를 지배하는 하나의 시류는 권력이 바뀔 때 「말을 갈아 탈 것이냐」는 명제였다. 말따로 마부따로 뛰었던 재벌은 하나씩 둘씩 자취를 감추고 한 두 재벌만 살아남았다. PP(박정희대통령) 재임 18년 동안의 통치술은 바로 긴장이라는 요소에 의한 생산증가라 할 수 있다. 이병철, 정주영씨 등으로 상징되는 재벌의 성장사도 따지고 보면 긴장의 경영학이다. 이것을 가능케 했던 배경은 냉전이라는 정치적 환경과 수세기동안 도탄에 빠졌던 민생고라는 경제적 상황에 있었다고 보아진다. 이제 시대는 바뀌어 그의 최대의 정적이었던 DJ가 대통령이 되었다.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신봉자이며 시장경제론자임을 선언하고 나섰지만 그의 개혁작업의 틀은 정치권력 중심이다. 자율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 일임하고 있다는 증거는 분명치않다.「과도적 수단」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IMF라는 비상사태하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 변명할 수도있다. 상황과 조건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는 있다. 그러나 4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에도 권력의 문법은 본질에서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대목이다. PP가 물리적 긴장을 수단으로 삼았다고 보면 DJ는 상황적 긴장을 연출해 가고 있다. 두 인물의 카리스마 형성도 같은 성격이다. DJ는 이미 집권 1년을 넘겼다. 상황적 긴장은 시간이라는 요소에 의해 부식되어가고 있다. 경제재건을 위한 긴장의 경영학도 이미 낡은 문법이 되었다. 자유 민주 시장이라는 말과 긴장은 원초적 상극성을 지닌다. 그는 최근 PP와의 정치적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그 가운데 그의 경제통치 방식과도 악수를 하고 싶은 유혹은 없는지 궁금하다. 그의 과거는 들판에서 위를 보았지만 지금은 PP처럼 청와대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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