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극복 기업/첨단기술·수출로 활로 뚫는다/불황을 이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 IMF(국제통화기금)의 한파는 국가경제나 기업들에게 전에 없던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고 있다. 불황이란 표현으로는 호사스러울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로라 하는 기업들은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팔던 제품의 재고는 산더미처럼 쌓이면서 공장가동을 중단하거나 줄이고 있다. 이 위기를 벗어나고, 불황을 돌파할 방안은 없는 것인가.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아무리 어렵지만 그래도 길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력을 갖추고, 생산성을 높이며, 국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 이 위기를 발전의 전기로 삼을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불황과 IMF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업체 및 제품을 통해 살펴본다.<편집자주>◎대우자동차/탄탄한 해외판매 기반 국내정상 야망 대우자동차(대표 김태구)는 한때 「자동차사업 포기」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했던 때가 있었다. 지난 87년∼91년말까지 연속해 노사분규를 겪으면서 회사는 거덜나고 승용차시장 점유울은 15%선을 간신히 유지했다. 부평공장의 생산규모는 연간 17만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우는 6년만에 국내 1백7만대, 해외 60만대의 생산규모를 갖춘 거대회사로 급부상, 국내는 물론 전세계 자동차시장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는 승용차 3개차종을 동시에 내놔 국내 승용차시장 점유율은 올해 34%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11월까지 내수판매는 34만2천대로 지난해에 비해 26.8%가 늘었다. IMF시대를 맞아 『대우도 별수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는 각 기업들이 「수출강화」를 외치면서 다시한번 「IMF시대에도 역시 대우」라는 찬사로 바뀌고 있다. 대우는 오히려 각 기업들이 사업을 축소하는 것과 반대로 지난 8일에는 쌍룡차인수를 선언했다. 부채가 3조 4천억원에 달해 자동차업계의 계륵으로 치부되던 쌍용을 인수할 수 있는 대우의 배짱과 자신감은 그동안 경쟁기업들의 시큰둥한 반응속에서도 묵묵히 추진해온 세계경영에서 나온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김태구회장도 이날 쌍용인수가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수출로 뚫으면 된다』며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가볍게 받아넘겼다. 세계 각국에 구축해논 5백40여개의 그룹 현지법인과 지사, 연구소를 통해 지프형차까지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IMF시대를 극복할 튼튼한 「수출 펀다멘탈」을 갖춰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폴란드, 루마니아, 인도 등 현지공장체제도 일찍부터 인수방식을 채택, 안정기반에 들어가 이제는 실어내 팔기만 하면 된다는게 대우측의 설명이다. 나름대로 짱짱한 해외판매기반을 갖췄다는 기아자동차가 최근 해외판매력이 강한 대우를 통해 군용지프차와 중소형 상용차를 해외에서 판매하는 전략적제휴를 제의한 것도 대우식 IMF해결방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내서 3등하던 대우가 세계시장에서는 1등한다」는 평가가 IMF시대를 맞아 「국내서도 1등」으로 바뀌는 것 아니냐고 자동차업계가 긴장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정승량 기자> ◎아남산업/과감한 연구투자·수요예측 고속성장 아남산업(대표 황인길)은 국내보다 외국에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최근 IMF구제금융으로 국내 대기업에 대한 수술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한 비즈니스위크지도 아남을 한국에서 가장 유망한 기업으로 꼽을 정도. 세계 최대의 반도체 조립업체인 아남은 지난 11월 6억개를 생산, 지난 95년 반도체 최대 호황기 때보다 34%나 신장하는등 창사이래 최대의 월간생산 및 수출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힘입어 아남은 올해말까지 총매출액이 지난해 1조1천억원보다 27.2% 늘어난 1조4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국내 대부분의 반도체업체들이 가격폭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남이 이처럼 고속성장하는 배경에는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정확한 수요예측에 따른 적기투자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또 다른 대기업들과는 달리 딴전을 피우지 않고 오직 반도체에 주력하는 「한우물경영」에 주력한 것도 아남의 오늘을 일궈냈다. 아남은 반도체시장이 최대의 불황을 겪었던 지난해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남 광주에 대규모 반도체패키징공장을 완공한 데 이어 경기도 부천에 비메모리반도체인 디지털 시그널 프로세서(DSP)공장을 가동,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감으로써 탄탄대로의 성장기반을 구축했다. 아남이 반도체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사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투자한 DSP는 차세대멀티미디어산업의 총아로 꼽히는 고부가가치제품. TI는 아남이 생산한 제품의 70%이상을 사들이기로해 생산전에 이미 판로를 확보했다. 황인길사장은 『아남이 새로 개발한 BGA등 새로운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수익성은 국내 최고수준에 이르고 재무구조도 선진국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김희중 기자> ◎포항제철/세계화 대비 경영혁신 “적자O” 행진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11월 27일자 기사에서 『경영구조 및 기술혁신으로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철강회사가 된 포항제철이 한국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강력한 산업 대들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앞으로 가혹한 구조조정의 홍역을 거쳐야 할 한국기업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포철의 매출액은 지난 93년의 7조원에서 96년에는 8조5천억원으로, 순이익은 3천억원에서 6천억원으로 각각 연평균 7%와 28%씩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쟁력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가 있었다. 예를 들어 93년 대비 96년의 1인당 부가가치는 1억7천7백만원으로 42.7% 늘었고, 강재생산 톤당 노동시간은 2.8시간으로 22.2% 단축되었다. 포철은 조업초기 부터 일본 등 선진철강사를 벤치마킹하여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 노력을 추진해 온 결과, 단 한번의 적자도 없이 안정적인 경영을 지속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해왔다. 특히 김만제 회장은 지난 94년 취임과 동시에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 경영전반에 걸쳐 과감한 경영혁신을 추진했다. 포철의 경영혁신은 기존 사업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통해 인력과 자본등 보유자원과 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하여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철강기업으로 육성해 나가는데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를위해 포철은 지난 92년 43개에 달하던 계열사를 17개로 통폐합하여 사업구조를 전문화, 집약화함으로써 세계화·개방화시대의 국경없는 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다. 포철 사업구조 조정의 가장 큰 특징은 「힘이 있을 때 핵심업종을 더욱 강화한다」는 경영전략을 추진한 것이다. 대다수 기업들이 현실에 만족하거나 무분별한 투자에 집중했던 안정기에 포철은 핵심역량인 철강업을 축으로 하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한발 앞서 추진했다는 점이다.<한상복 기자> ◎오뚜기/영업제일주의로 매출 매년 20%신장 오뚜기(대표 이중덕)는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속에서도 매년 20% 이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뚜기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5천5백억원. 이는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날 것이다. 이같은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져 6천6백억원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뚜기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영업 제일주의」에서 비롯됐다. 오뚜기는 3천여명의 직원중 67% 정도를 영업부문에 전진배치해 놓고 있다. 어느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는 막강한 영업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시장내 1등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도 불경기에 빛을 발할수 있는 밑바탕이 됐다. 지난 69년 카레제품을 내놓으면서 출범한 오뚜기는 한눈 팔지 않고 한우물만 파왔다. 이를 통해 카레 스프 마요네스 케찹 소스 잼 당면 등의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됐다. 이와함께 호황일때도 불필요한 투자를 억제하고 필요경비만 사용하고, 생산성 향상에 주력한 것도 불황에 강한 이유. 연구개발 투자도 강화, 최근에는 참깨에서 암예방 및 노화방지 효과가 탁월한 세사민을 추출하는데 성공해 캔디를 비롯한 시세품을 이미 개발, 내년부터 상품화에 나설 계획이다. 게다가 거래처에 대한 납기를 철저히 지켜 신용을 쌓고, 품질력에서 우위를 인정받아 경기를 타지 않는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에 따라 오뚜기는 지난 94년 85억원, 95년 60억원, 96년 62억원의 흑자를 낸 이래 창립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 IMF한파를 맞아 처절한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다른 기업과 달리 흑자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오뚜기식 경영은 새로운 모델로 주목되고 있다.<문병언 기자> ◎미래통신/틈새시장 파고들기 ‘수익경영’ 최선 불황의 한파를 비웃기라도 하듯 매년 매출신장세를 이어가는 중소기업이 있다. 유무선통신기기를 생산하고 있는 미래통신(대표 민남홍)이 그 주인공. 한국코아의 자회사로 지난 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사업 첫해에 42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데 이어 지난해 1백75억원, 올해는 4백억원이 넘는 매출을기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현지 판매법인「한국한델스」를 세웠고,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에 유럽형 무선전회기를 생산하는 라인을 새로 확장하는 등 하루가 다르게 사세를 키워가고 있다. 불황에 강한 미래통신의 모습은 수익성위주의 경영과 신기술개발로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는게 민남홍사장의 평가다. 이 회사는 설립이래 평균 30% 이상의 수익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추진, 불황에 대비한 경영기반을 확립해왔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보다 주로 품질기준이 엄격한 미국이나 유럽시장에 진출, 수출로 기술력을 인정받아 왔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유럽형 가정용무선전화기 DECT를 비롯해 위성방송수신기, 위치추적시스템, 전표와 장표를 자동으로 설계하고 인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소형 표면실장형 수정 진동자와 발전기 같은 소재부품에 이르기까지 현재 가격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특히 민사장은 매년 매출액의 17%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원 및 영업직원들의 해외파견을 실시하는 등 대기업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들을 척척 추진해왔다. 민사장은 『그동안 운이 좋아 사업이 너무 잘 풀려왔다』고 말하며 내년에는 영국에 현지 연구법인과 판매법인을 함께 설립, 오는 2000년에 매출 2천억원을 올리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종합정보통신업체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조용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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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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