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거시경제 안정에 힘입어 위안화 가치가 5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수출확대 등을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했던 중국 통화당국의 시장개입도 종료돼 위안화 환율하락(가치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홍콩 봉황경제망 등에 따르면 전일 홍콩 시장에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1555위안으로 마감하며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 환율은 연초 6.04위안에서 지난 5월 6.261위안까지 높아졌고 7월 말부터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12일 오전 개장 환율도 달러당 6.1522위안을 기록해 위안화 가치는 추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난징증권은 위안화 환율 하락에 대해 중국 거시경제가 안정되고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7월 수출이 늘어나고 무역흑자가 월간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 환율하락의 기폭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온리쥔 난징증권 수석연구원은 "연초 중국 경제의 둔화가 가시화되면서 위안화 환율이 올라갔다면 미니 경기부양책 등으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제자리를 찾고 있다"며 "정부가 인위적으로 평가절하할 필요성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증시의 자금유입도 위안화 가치상승을 부추겼다. 시장조사 기관인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7월 마지막 주 상하이와 선전 주식시장에 21억달러가 유입되며 8주 연속 순유입세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절상을 겨냥한 투기세력 유입 차단과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단행했던 중국 외환당국의 위안화 시장 개입이 임무를 완수했다"면서 외환당국이 보이는 손을 거둬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WSJ는 달러화를 차입한 기업과 부동산 업체들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외환당국이 시장에 더 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무역흑자가 유지되면 인민은행은 위안화를 더 강하게 유지할 것"이라며 "연말이 되면 봄에 있었던 위안화 약세가 아주 먼 얘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국 인민은행의 경기부양을 위한 유동성 공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완화와는 다른 질적완화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하며 인민은행은 대차대조표상의 자산을 늘리지 않으면서 위험자산 매입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뷜렘 뷔터 씨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위험자산을 사들이면서 농촌과 중소기업, 지방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출을 늘리는 방법으로 실물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유동성을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이러한 인민은행의 유동성 조절이 연준의 양적완화로 초래되는 거품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 같은 질적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인민은행이 중국개발은행을 통해 은밀히 낙후지역 개발에 1조위안(약 167조2,000억원)의 '약속된 보조대출(PSL)' 재원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런 상황에서 인민은행이 정책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