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굴복할 필요가 없었다. 제3보(31~48) 복기 시간에 임선근은 흑33이 완착에 가까운 수였다고 고백했다. 지키려면 아예 35의 자리에 철주(鐵柱)로 지키든지 아니면 가로 품을 넓히는 것이 좋았다는 것. 창하오는 지체없이 34로 침략했고 백40까지 필연적인 수순이 전개되었는데 결과적으로 흑33은 매우 옹졸한 수비였음이 증명된 셈이다. 이론에 밝은 임선근이 흑33으로 둔하게 지킨 데는 자기 나름의 꿍심이 있었다. 두텁게 지키면 힘이 생기게 마련이니 그 힘을 배경으로 흑41의 강습이 성립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던 것인데…. 창하오도 똑같은 생각을 했음이 밝혀졌다. 흑41을 멋진 강수라고 인정해 주고 42로 굴복했던 것인데…. 사실은 구태여 굴복할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 참고도의 백1로 꽉 잇고 버티었으면 곤란한 쪽은 흑이었다. 흑2가 최강의 수지만 백은 3이하 15로 큰 세력을 쌓게 되므로 백이 도리어 즐거운 절충이 될 터였다. 창하오가 여기서 공연한 굴복을 해주었기 때문에 임선근의 천하묘수가 등장하게 되는데 대국 당시 창하오는 백46으로 씌우면서 자기나름의 멋진 가상도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그것이 백일몽이었음은 다음 보에서 곧 드러난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4-11 1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