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디폴트(지급불능) 위기에 몰리고 있는 하나로통신(33630)에 대한 매수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악의 상황을 벗어날 경우 `대박`을 안겨줄 것이란 강한 믿음이 외국인 투자가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하나로통신은 ABN암로ㆍ리먼브러더스증권 창구를 통해 250만주가 넘는 외국인의 매수세가 들어오며 175원(5.55%) 상승한 3,325원을 기록했다. 외국인은 하나로통신을 지난 20일부터 6일째 매수하며 이 날까지 768만주를 거둬들였다.
하나로통신은 대주주간 갈등으로 전환사채(CB)와 기업어음(CP) 발행에 잇따라 실패하고 26일 1차 만기도래한 1억달러 규모 신주인수권부사채(BW)도 상환하지 못했다. 다음달 2일까지 1억달러의 BW 상환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엔 심각한 유동성 위기로 치달으며 법정관리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정부나 대주주들이 하나로통신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으로 `배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들은 우선 정부 입장에서 하나로통신이 유선통신사업 경쟁구도에서 꼭 필요한 존재인 만큼 최악의 상황까지는 몰고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외국계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정부가 이해관계로 부딪히고 있는 대주주들의 중재자로 나서거나 우선 산업은행을 통해 지원한 후 추후 교통정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LGㆍSK텔레콤 등 대주주들도 향후 종합통신사업자로 성장하는데 하나로통신이 필요한 만큼 공멸보다는 공생을 택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G는 후발통신사업자 구조조정을 위해, SK텔레콤은 향후 유무선통신 결합을 위해 하나로통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정부 또한 하나로통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LG나 SK텔레콤 등의 대주주들이 각각 원하고 있는 유상증자ㆍ 외자유치 등을 진행시키기 위해 역외펀드를 이용, 우회적으로 추가지분 매입에 나서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연이은 외국인 매수세에서 매수 창구가 일정하지 않고, JP모건ㆍ메릴린치ㆍ모건스탠리ㆍ도이치ㆍ리먼브러더스증권 등 다양한 창구를 이용하고 있는 점이 매수주체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추론이다. 이에 대해 LGㆍSK텔레콤측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