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돈과 권력만 좇는 창업, 장사에 불과… 세상에 필요한 무엇 만들지 자문하라 '프리챌 창업' 김용진 착한경영연구소장 스타트업 특강

성공 여부 투자·수익뿐 아니라 사업의 목적 지속되는가도 중요

프리챌 파산, 유료화 실패보다 제공 가치조차 정하지 못한 탓

스타트업, 경영 제대로 공부해야


지난 2000년 인터넷 포털 시장에 혜성같이 나타난 프리챌. 당시 아바타·커뮤니티 등 획기적인 인터넷 사업 모델로 한때 가입자가 1,000만명에 달하며 포털 시장을 달궜지만 유료화 실패와 벤처붐 붕괴 여파로 3년 만에 군소 사이트로 전락했다. 프리챌을 창업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김용진(53·사진) 착한경영연구소장은 당시 가장 큰 실패 원인으로 기술만 믿고 경영을 몰랐던 점을 꼽는다.

최근 경기콘텐츠진흥원이 광교비즈니스센터에서 연 스타트업(신생벤처) 특강에서 그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사업에 대한 사명감부터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단지 돈·권력을 위한 창업이라면 그것은 사업이 아닌 장사"라며 "자신의 사업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무엇이어야 하는지, 사업 목적을 계속 추구할 의지가 있는지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업 성공의 판단은 투자유치나 안정적 이윤창출에 그치지 않고 사업 목적의 지속적인 달성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것. 그는 "누가 회사의 주인이 되든 사업 목적을 직원들과 함께 성취하려고 할 때 존재 의미가 있다"며 "그래서 창업자는 수익 모델을 개발하기에 앞서 경영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경영학과 81학번인 김 소장은 자신의 표현대로 뜻하지 않게 정보기술(IT) 전문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0년대 초 삼성물산 관리부서에서 근무한 그는 사내 컴퓨팅 환경을 동료 직원들에게 쉽게 알려주려고 만든 매뉴얼이 큰 관심을 받자 내친김에 1992년 PC지침서 'PC는 내 친구'를 출간해 베스트셀러 작가의 대열에 올랐다. 그룹 내 IT 핵심인력으로 쌓은 경험을 밑천 삼아 회사를 나와 1999년 프리챌을 창업했다. 함께 퇴직한 동료 전제완씨가 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2년도 채 안돼 직원들 월급이 3개월 치나 밀리는 위기상황에 몰렸고 2002년 솔본(옛 새롬기술)에 인수된 후 2011년 마침내 파산했다. 그는 "유료화 실패 등의 표면적 이유보다 고객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조차 내부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라며 "기존 기업은 혁신 부재로 망하지만 스타트업은 경영 부재로 실패한다는 말을 입증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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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경영자' 굴레를 벗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2002년 프리챌에서 나와 수도권 공단에 들어가 제조업 현장에서 몸으로 경영을 배운 후 2006년 모 중견 그룹의 부실 계열사 두 곳을 맡아 13개월 만에 모두 기업회생(턴어라운드)시켰다. 2010년 쓰러져가던 차 부품업체도 다시 살려냈다. 그는 "직관과 상식을 따라 단기간 이윤 극대화만 좇는 회사들은 실패하는 모습도 비슷하다"며 "사업 목적과 핵심가치 전략을 공유해 조직원을 한 방향으로 정렬시키는 것이 건강한 기업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쳐가는 조직원들을 설득해 임계점까지 끌고 올라가는 힘이 리더에게 필요하다"며 "이 같은 추진력은 직원들과의 소통과 협의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통·공유처럼 이미 새로운 게임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예비 창업자들은 새 규칙을 창조하는 일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탁월한 리더에 의해 성과가 나는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 기득권을 쥔 기업들과 게임할 수 없다고 김 소장은 지적한다. 그는 "사다리를 타고 시장 꼭대기에 올라서려고 발버둥 치지 말고 작은 스타트업끼리 네트워크를 만들고 수평적 공유 관계로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시장과 고객에게 결핍된 부분을 파악해 도울 방법을 찾아보면 자연스레 사업 목적과 사명감이 생길 것"이라며 "직원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원들이 스스로 성장하려는 욕구를 충족시키는 나침반형 리더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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