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회계시장] 기고.. 회계투명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장 이성희지난 2년 동안 우리는 경제적으로 큰 위기를 겪으면서 살아왔다. 1년반 동안 IMF시대를 살아오면서 우리국민 모두는 그 이전에는 잘 모르고 살았던 IMF, IBRD(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를 보다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또 「기업경영의 투명성」이니 「재무제표의 신뢰성」이니 「분식회계」니 「부실감사」니 하는 알지 못하고 살아도 크게 불편이 없었던 용어들이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우리가 맞이한 위기의 원인은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한마디로 말해서 우리 경제가 대외 신인도를 잃게 된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다른 어떠한 사안보다도 먼저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문제가 최우선과제로 부각되게 되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방안으로 기업경영활동 및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과 더불어 회계 및 공시관련제도의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이러한 투명한 회계정보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금융감독위원회는 98년초부터 기업회계제도의 개편에 착수했다. 국제적 수준에 부합하도록 기업회계기준을 전면 개정하였고 가장 불신을 받았던 분야인 금융업에 있어 은행, 증권, 보험업 등 각 분야별로 회계처리준칙을 선진국 수준에 맞추어 제정했다. 또 대기업집단의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결합재무제표제도를 도입하여 금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재무제표의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감사수임제도, 감사인의 조직, 손해배상제도, 감리제도 등 외부감사제도를 개선하여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틀을 갖추었다. 우리 경제가 해외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신용등급을 상향조정받고 정상회복의 궤도에 오르게 된데에는 정부, 국민, 기업 3자 모두의 인내와 피나는 노력외에도 우리 기업회계제도의 국제화 추진의지 및 개편완료가 상당한 기여를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회계관련 제도개선만으로 회계정보의 신뢰성이 하루 아침에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회계제도는 근본적으로 사회구조나 국민의 의식, 금융 및 세무관행 등과 크게 관련되어 있다. 그러면, 외국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개편된 회계 및 외부감사제도가 사회적으로 올바른 기능을 발휘하기 위하여는 어떤 전제가 필요한가. 첫째는 재무제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그 작성자인 회사에 있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성과와 재무상태를 진실하게 반영한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이 기업 최고경영자의 사회적 책임중 첫째라는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둘째는 감사인에게 부여된 사회적 책임의 완수가 보다 더 절실히 요구된다. 회계법인은 모든 이해관계자를 대신하여 회사가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한 회계처리의 적정성 여부에 대하여 감사하도록 법으로 그 권한이 부여된 기관이므로 독립된 입장에서 감사라는 사회적 공기능(公機能)을 충실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기업의 자율적이고 투명한 회계정보의 작성과 외부감사인의 독립성 제고를 통한 공시자료의 투명성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현행 외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사인선임위원회의 권한 및 기능을 확대하고 자격요건을 강화하여 선임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소수주주의 권리를 더욱 보호, 기업지배구조를 변화시키고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부통제가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회사의 분식회계와 감사인의 부실감사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화하는 방안들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금융감독원에서는 개별재무제표 뿐만 아니라, 연결 및 결합재무제표에 대한 감리를 강화하고, 체계적인 분석모형에 의한 기획조사 및 특별감리실시로 분식회계와 부실감리를 근절해 나갈 계획이다. 이상과 같은 전제가 충족될 때 우리기업의 재무제표와 감사보고서에 대한 신뢰성은 더욱 제고될 것이며 이것은 곧 우리 기업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 외국자본의 유입을 보다 원활하게 하고 21세기로 접어드는 우리나라 경제의 제2의 도약에 크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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