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모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유엔본부에서 30여분간 비공식 회동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양국이 장관급 이상의 최고위급회담을 개최한 것은 약 36년 만에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직후 양국 외교관계가 단절됐음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관계진전이라는 평가다.
케리 장관은 "상황 진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며 "(자리프 장관의) 어조와 비전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자리프 장관도 "매우 건설적이고 실질적인 회담"이라며 "(관계회복의) 첫 단계를 밟게 돼 만족한다"고 답했다.
앞서 이란은 미국ㆍ영국ㆍ중국ㆍ러시아ㆍ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로 구성된 'P5+1'국가들과 외무장관급 회담을 열어 1년 내 핵 협상을 타결하기로 합의했다. 이란과 P5+1은 다음달 15∼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개발 포기를 위한 첫 협상을 재개한다.
AP통신은 "미국과 이란 외무장관의 회동은 핵 협상이 실질적인 단계에 처음 돌입한다는 신호"라며 "다음달 스위스 협상에서 이란이 실질적인 제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정권의 등장과 함께 이란 문제를 '외교적 해법'으로 풀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이날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시리아 화학무기 재발 금지와 관련된 단일 결의안 초안을 도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서맨사 파워 주유엔 미국대사는 트위터에서 "시리아가 자국민에게 사용한 화학무기를 포기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안보리 결의안을 러시아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합의된 초안은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다시 사용될 경우 '평화유지를 위한 무력개입'을 허용한 유엔헌장 7장에 따라 각종 조치를 이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자동적 군사개입'을 허용하는 조치는 이번 합의안에서 빠져 군사개입이 시행되려면 유엔 안보리의 추가 결의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시리아가 결의를 위반할 경우에도 러시아가 군사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있다"며 "안보리 결의안의 채택투표는 27일 오후(현지시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