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KLPGA는 외국어 '열공중'

"영어 잡고 LPGA진출 준비" "골프만 치는 기계 되기 싫어"

"은퇴 이후의 삶 준비하려고"

협회, 선수들에 수업 무료 지원… 55명 영어·일어·중국어 삼매경

자기계발·여가 수단으로 인기


프로골프 선수들은 바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소속인 경우 거의 매주 대회에 나간다. 주말의 여유 같은 것은 있을 리 없고 주중에도 프로암과 연습 라운드가 잡혀 있다. 짬이 조금 생겼다 싶으면 후원사 관련 각종 행사가 몰아친다. 참가할 대회가 많고 후원사가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투어 생활에 회의가 밀려올 때가 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는 골프채를 잡지 않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롱런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자기계발과 여가를 즐기는 수단으로 선수들 사이에 외국어 공부 바람이 불고 있다. 2부 투어인 드림 투어를 거쳐 지난해 시드전 8위로 올 시즌 KL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지영진(21·ABC라이프). 그는 1주일에 세 번씩 원어민과 전화영어회화를 한다. 6개월째인데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대회 연습 라운드가 있는 날도 저녁 늦게 숙소에서 전화기를 든다. 중학교 때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6년을 유학한 지영진은 12일 "한국에 돌아와서 영어를 쓸 일이 없다 보니 많이 잊어버렸다. 다시 영어에 익숙해지기 위해 공부한다"고 밝혔다. 경쟁이 치열한 투어에서 골프를 하고 싶어서 한국에 들어왔다는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꿈꾸고 있기도 하지만 선수생활 이후의 삶을 위해서도 영어공부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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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진처럼 전화로 외국어를 배우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회원은 55명에 이른다. 1부 투어 선수부터 2·3부까지 다양하다. 42명이 영어를 배우고 7명은 일본어, 6명은 중국어를 수강한다. 모두 협회 지원 속에 무료로 공부한다. 협회 관계자는 "6~7년 전쯤 한 어학원과 파트너십을 맺고 선수들에게 외국어를 배울 기회를 주고 있다. 선수들에게 골프 외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해외 진출도 돕기 위해 마련한 것인데 과거 20명이 될까 말까 했던 지원자가 지금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화영어 외에 온·오프라인 강의 모두 무료다. 장지혜(29·볼빅)와 조영란(28)도 열혈 수강생이다. 장지혜는 현재 KLPGA 투어 멤버이고 조영란은 지난해까지 KLPGA 투어에서 뛰었고 현재는 2부 투어 소속이다.

한국 선수들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역대 한 시즌 최다인 12승을 거두며 세계여자골프를 지배하고 있다. '제2의 김세영' '제2의 김효주'를 꿈꾸는 선수들은 국내 투어 시절부터 외국어를 공부하며 더 큰 무대를 위해 골프 외적으로도 일찌감치 준비하는 것이다. 꼭 미국이나 일본 진출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외국어 공부는 '골프만 치는 기계'로의 매몰을 막는 건강한 취미로 작용하고 있다. 골프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골프선수로서의 생활과 꿈을 외국어로 옮겨 얘기하는 사이 목표의식이 더 뚜렷해졌다"고 선수들은 말한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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