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IMF시대… 정리해고제 시행시기

자금시장 경색, 환율폭등, 주가폭락 등에 따른 대기업의 부도사태가 잇따르면서 정리해고제의 즉각적인 시행을 촉구하는 재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계는 현 경영위기의 타개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정리해고제가 도입될 경우 경영정상화를 위한 부동산 매각등의 자구노력보다는 직원감원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최근 경영정상화 노력보다 대량감원을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리해고제의 즉각적인 시행을 둘러싼 찬반양론을 들어본다.<편집자주>◎조기시행/경직된 노동시장에 유연성 높인다/김영배 경총 상무/경제난국 기업 감량경영·구조조정 불가피/계층·직종·산업간 자유로운 인력이동유도/늘어나는 실업자… 「파견」활성화로 재취업 길터 고비용 저효율의 경제구조 속에서 개방에 의해 완전히 노출된 우리경제의 취약성은 경쟁력이라는 잣대로 측정되어진 채 그 결과가 경상수지적자로 오랫동안 반영되면서 누적되어왔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의 부도로 자본시장의 붕괴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왔다.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IMF는 여러가기 전제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밑빠진독에 물을 붓기는 곤란하니 문제가 있는 것은 어느정도 보수를 하든지 폐기하든지 하라는 것이다. 즉 IMF는 우리나라에 과감한 부실기업및 금융기관의 정리, 국제수지 적자폭의 축소,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등 혁신적인 구조조정과 경제전반에 걸쳐 체질개선을 강력히 요구한 바 있다. 물론 IMF는 외형적으로 간섭에 달하는 직접적 요구는 자제할 것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적자생존의 공정성이 시장경제 기본틀 속에서 추구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건전한 경제체질의 구축을 위한 많은 권고와 조건드를 제가한 바 있고 이는 사실상 협상의 전제가 되었다. 이에따라 앞으로 우리경제는 성장감속, 실업문제등이 현안 과제로 대두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폭적인 성장률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IMF는 우리나라에 2%의 경제성장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 성장률의 하락이 예상보다 급격한 폭이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94년 IMF의 지원을 받았던 멕시코의 경우 경제성장률은 IMF와 1.5%로 합의한 바 있으나 실질성장률은 95년 ­6.2%로 급격히 하락했으며, 태국은 98년 경제성장률을 0%로 하는 경제운용 계획을 IMF와 합의한 바 있다. 따라서 일단 성장률을 하향조정하게 되면 노동시장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경제성장률의 하향조정에 따라 성장률 1%는 고용탄성치에 의해 최소한 8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으며 이는 직접 고용인력 13만명분에 해당하는 금액이므로 결국 4%정도의 성장률 하향조정은 최소한 30만명에서 50만명 이상의 실업자 증가를 초래하게 된다. 여기에다 기존 금융산업을 포함한 전체기업의 구조조정과 감량경영 결과 방출되는 인력을 추가할 경우 실업자수는 의외로 많아질 수가 있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함에 있어서 우리는 구조조정을 거스르는 정책은 결코 전체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문제는 실업대책의 효율적 집행을 통해 원활한 구조조정을 얼마나 잘 지원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먼저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성이나 문제점을 잘 파악해야 한다. 즉 우리 노동시장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노동시장내의 이동성이 극히 제한되어 구조적 실업률이 높다. 대기업을 퇴사한 근로자는 중소기업을 구직대상으로 여기지 아니하는 경향이 높고 사무직을 퇴사한 근로자는 타직종을 구직대상으로 보지 아니한다. 특히 이 좁은 땅에서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아예 고려 대상으로도 보지 아니하는 경향이 높아 노동시장으로부터 실업자를 보호할려는 어떠한 대책도 효율성을 기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둘째, 가족주의적 관습이 오랫동안 지속된 관계로 실업자로 간주되지 아니하는 실업자가 상당수 존재한다. 즉 노동시장에서의 구직활동을 쉽게 포기하고 가족의 도움을 얻어 학교로 교육을 선택하거나 가족이 운영하는 자영업속에 위장해서 숨어버리는 인력들이 아주 많아 가용인력면에서 본 실질 실업률은 아주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이러한 인력들은 소득획득을 위해 적극적 구직활동을 하려 할 것이고 이에따라 실업률은 상승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아직도 실업률에 관한한 역의 거품이 존재한다 할 수 있다. 따라서 계층간 직종간 산업간 인력의 이동이 보다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개별적으로는 민간고용 알선기관을 통한 인력의 재취업 기능을 촉진시키고 파견사업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파견업만 활성화된다면 이 분야에서 고용의 틈새시장을 공략해 적어도 수십만명의 실업자 구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근로자의 대량실직사태에 대비해 대규모 이동을 지원하는 협의체의 구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외에도 기존의 고용보헙사업을 더욱 내실화하는 것도 심리적으로 실업자에 대한 좋은 대책이될 수 있다고 본다. ◇약력 ▲미조지아대 경제학박사 ▲경총 조사부장 ▲신경제 노사위원회 위원 ▲직업훈련심의위원 ◎2년 유예/“감원이 구조조정첩경” 인식말아야/김소영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남용땐 근로자 생계치명타… 최후수단으로/사측 해고 회피노력 우선 성실히 이행해야/노·사마찰 급증 불보듯… 불황타개 역효과 우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 협상타결에 따른 기업구조조정 촉진방안에 따라 정리해고제 시행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나 IMF의 산업구조조정요구가 있기전에도 경영계에서는 이미 구조조정시 가장 큰 애로사항이 경직된 고용제도라면서 99년 3월까지 시행이 유예되어 있는 정리해고제를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경직된 고용구조는 노동시장의 원활한 수급을 저해하여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새로운 고용창출을 기대할 수 없게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리해고제가 시행되지 못하여 기업이 구조조정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97년 3월13일 개정된 근로기준법 제31조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의 정당성의 요건과 절차를 명문으로 규정하였다. 즉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과 이에 따른 대상자 선정, 근로자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한다. 근로기준법 부칙 제1조는 『법 제31조는 공포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 조항은 99년 3월 이후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99년 3월까지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은 구법 제27조의 해고의 정당성 판단시의 기준이 적용된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의한 정리해고의 네가지 요건은 구법 제27조의 해고의 정당성과 관련하여 그동안 대법원 판례로 인정되어온 네가지 요건을 그대로 입법화한 것이다. 구법 제27조 1항(현행 근로기준법 제30조)은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정당한 이유」는 판례에 의하여 『일신상의 사유, 행태상의 사유,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사유』로 구분되어 판단되어 왔다. 경영상의 필요에 의한 정리해고의 경우 해고의 원인은 근로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있는 것이므로 정리해고에 대하여는 일신상의 사유나 행태상의 사유에 의한 해고와 달리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회피노력의무,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자 선발 기준 및 선정,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대표와의 협의』라는 네가지 요건이 판례에 의하여 정립되어 왔다. 해고는 근로자에게 생활기반의 상실을 의미하므로 「고용관계의 지속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서 행하여져야 한다는 것은 법의 내재적인 요청이라 하겠으며, 특히 사용자의 이유에 의한 정리해고의 경우 사용자가 이를 남용하지 않도록하는 최소한의 장치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정리해고는 법이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명문화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그와 관계없이 근로기준법 제30조(정당한 이유없는 해고의 제한)에 정한 정당성을 충족시켜야만 가능한 것이다. 다만 근로기준법이 정리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명문화하였기 때문에 앞으로는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제30조가 아닌 제31조를 적용해야 하나 그 시행이 2년간 유예됨으로써 해당 조문(제31조)이 2년간은 없는 것과 같은 상태가 된 것뿐이다. 따라서 향후 2년간은 정리해고의 정당성 판단은 법 제30조에 의한 일반적인 해고의 정당성 판단시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며, 그 정당성은 최종적으로는 종전과 같이 개별 사안별로 사후에 법원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근로기준법 제31조의 시행을 유예하고 있는 부칙을 폐지하여 당장 이를 시행한다고 해도, 정리해고의 정당성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달라질 것이 없으며, 또한 정리해고의 요건이 완화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재계는 기업측에 대한 심리적 국면전환용으로서 정리해고제의 조기시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 고용조정의 애로점은 위에서 살펴본바와 같이 「정리해고제 조항의 유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조정에 따른 노사간의 마찰」 가능성에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자신들의 생계유지에 치명적 타격을 가하게 될 정리해고를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과정에서의 무리한 대량해고로 인해 노사간에 큰 마찰이 빚어진다면 오히려 불황타개나 경쟁력 회복은 더 늦어질수도 있다. 따라서 경영계는 해고회피노력 의무의 성실한 이행 등에 의하여 근로자측의 이해와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약력 ▲고려대 법학박사(노동법) ▲서강대, 고려대 강사 ▲노사관계개혁위원회위원 ▲한국상사중재원 중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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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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