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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은 창립 65주년을 하루 앞두고 사상 최저였던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춰(1.5%) 미지의 길로 한발 더 내디딘 이 총재는 12일 기념사에서 "국내 경제 회복세가 지속되는 것을 낙관하기 어려운 만큼 통화정책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용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 등으로 정책 여건이 빠르게 변할 수 있겠지만 경기 회복세가 미흡할 경우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하는 데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과거 이 총재가 "미국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가 무조건 따라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수출부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내수마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으로 타격을 입고 있으므로 자본유출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금리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뜻이다.
이날 창립기념 행사에서 조순·박승·이성태 전 총재 등 대선배와의 만남을 앞두고 '실험(금리인하)'을 택한 이 총재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지금같이 정책 여건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할 때는 관행에 의존해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며 "기존의 정책운용 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장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구성원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조직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력충원 방식을 다양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외부 출신 인사 수혈 등 인사 실험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한은은 창립 이후 최초로 핵심 부서인 조사국장에 사실상 외부 인사(장민 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을 채용했으며 공보 전문가 공개모집 절차도 진행 중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박 전 총재를 비롯해 전직 금융통화위원, 금융계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김중수 전 총재는 미국에 있는 관계로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