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창덕궁·수원성 세계문화유산 지정 ‘화제’/97 한국건축계 결산

◎건설사 자체건물 설계허용/설계­시공 분리관행 균열조짐/정보화 가속… 건축관련책 ‘인기’/극심한 불황여파 업계 생존몸살올해 건축계는 설계와 시공으로 확연하게 구분됐던 업역구분의 철옹성에 금이가기 시작했고, 극심한 경제불황까지 겹쳐 전체적인 혼란과 불안정속에서 보낸 한해였다. 지난 3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WHC)가「창덕궁과 수원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한국 전통건축에 대한 진가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은 요즘같는 경제굴욕 시기에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건설업체에 제한적 건축설계 허용­지난 95년부터 건설회사들은 시장개방과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건설회사도 자사의 건축사들을 활용해 건축설계를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을 집요하게 해왔다. 이에반해 건축설계업계에서는 건축설계의 전문화와 설계품질 향상, 부실방지, 세계각국의 건축문화적 관행 등을 명분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히 반발해왔다. 그러나 그 지루한 싸움에 올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끼어들어 34년 동안 굳어진 설계·시공분리 관행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심판을 내렸다. 건설회사에 자체업무용 건축물에 한해 직접설계를 허용한 것이다. 설계시장 규모로는 별다른 변화가 아니지만 앞으로 건설업체의 설계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는 커다란 변화라 할 수 있다. ◆창덕궁·수원 화성 세계문화유산 등재­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위원회가 지난 3일 창덕궁과 수원 화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은 한국건축문화의 수준과 가치를 세계에 널리 알린 쾌거였다. 지난 95년에도 석굴암과 불국사, 팔만대장경 장경판고, 종묘 등 5건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었다. 한국건축계는 올해 문화유산 지정에 대해 두 마음이 교차됐다. 이처럼 휼륭한 건축문화를 이뤘던 선조들에 대한 자부심과 오늘의 한국 건축계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대한 내·외부의 비판적 시각에 대한 착잡함이다. 한국건축의 전통을 보호·계승·발전이야발로 이 개방화·전문화 시대에 우리 건축계가 추구해야할 불변의 목표이자 살길이라고 전문가들은 강력히 주장한다. ◆대중속에 파고든 건축책들­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건축관련 도서들이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이같은 분위기는 유홍준 교수의「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 건축가들이 출간해 인기를 얻는 책들 역시 기행문과 담론식의 건축얘기가 대부분이고 건축문화 전반을 편하게 설명한 책이 없었다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어렵고 따딱한 건축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우리가 사는 일상의 공간의 의미를 일깨워주고 질좋은 건축을 누리고 사는 안목을 자연스럽게 키워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석철씨가 낸「천년의 도시, 천년의 건축」「세계건축기행」 등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또한 원대연씨의「여행넘어서기」도 깊이있는 설명과 화려한 사진자료로 인기를 모았다. ◆건축계정보화 분위기 정착­건축계의 정보화 분위기 정착도 중요한 변화중 하나다. 건축계에도 인터넷 이용바람이 일고 건축관련단체나 기관, 대학교 등에서 정보화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같은 정보화에 대한 움직임만은 경제불황이 이어지는 내년에도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건축설계사무소를 중심으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늘어났고 또한 건축전문 웹진(인터넷 잡지)도 3개가 생겨났으며 대한건축사협회는 정보센타를 신설해 건축분야 정보화의 중심역할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밖에 지난해부터 건축계는 물론 일반의 관심거리로 주목받아온 삼성전자의 도곡동 102층 빌딩의 건축허가가 또다시 내년으로 미뤄졌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새해에는 어떤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이처럼 다양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건축계는 심화되는 경기불황과 시장개방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심한 생존몸살을 앓으면서 새해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박영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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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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