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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변속기 차량이 '운전의 맛'과 탁월한 연비를 앞세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실속을 중시하는 개성파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수동변속 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차종의 선택지도 넓어지는 추세다. 여성 운전자들을 겨냥한 소형차에도 반(半)수동 기능이 탑재될 정도다.
운전자들이 꼽는 수동 모델의 장점은 운전의 재미와 연비다. 수동 모델은 자동 모델보다 연비가 10% 이상 뛰어나면서도 탄소 배출량이 적다. 예를 들어 '렉스턴 W 매니아' 자동변속 모델은 복합 연비가 리터당 11.7㎞지만 수동 모델은 12.9㎞다. 또 수동으로 변속하며 운전하는 재미에 빠지면 자동변속 차량 운전이 '재미없다 못해 졸린다'는 게 수동변속 마니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수동 모델을 적극 확대해 제네시스 쿠페 판매량 중 수동변속 모델의 비중은 24.7%, 벨로스터의 경우 10.7%(올해 1~8월 기준)에 달한다. 기아차가 지난달 출시한 K3 쿱의 경우 모든 터보 GDI 모델은 수동변속기 모델로 구입이 가능하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의 준중형 이상 차종은 자동변속 모델 비율이 99% 이상이지만 현대차 측은 "연비가 좋고 운전하는 재미를 주는 효율적인 수동변속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변속 모델을 택한 소비자들을 위한 절충안도 있다. 예를 들어 K3 쿱의 자동변속 모델에는 패들시프트가 기본 적용된다. 고급차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패들시프트는 클러치를 밟을 필요 없이 스티어링 휠 옆의 버튼만 누르면 변속해준다. 현대차의 벨로스터ㆍi40ㆍ쏘나타ㆍ그랜저ㆍ제네시스 쿠페와 기아차의 K5ㆍK7 등에도 패들시프트가 장착됐다.
뭐니뭐니해도 수동변속 차종 확대에 가장 적극적인 것은 쌍용자동차다. 쌍용차는 지난 8월 수동 모델인 '렉스턴 W 매니아'를 선보이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 차종에 수동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소비자들의 호응도 높다. 지난해 1~3월 사이 코란도 C의 수동 모델 판매 비중은 3.6%에 불과했지만 '코란도 C 시크'의 수동 모델이 지난해 4월 출시된 후 이 비율은 16%로 뛰어올랐다. 올해 1~7월 사이 코란도 C의 수동 모델 판매량은 전체 판매량의 17.6%까지 올랐다. 뉴 코란도 C의 수동 모델은 전체 판매량 중 16%를 넘어서기도 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수동을 택하는 소비자들이 비율이 높아진 것은 이제 트렌드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모든 SUV 차종에 수동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트로엥은 여성 운전자들을 겨냥해 디자인을 강조한 '귀여운 소형차' DS3 카브리오에 수동변속의 장점을 딴 6단 EGS(Electronic Gearbox System) 변속기를 달았다. EGS는 클러치를 밟을 필요없이 기어 변속을 통해 수동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시트로엥과 푸조의 공식수입사인 한불모터스 관계자는 "최대한 쉬우면서도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도록 도입된 게 EGS"라며 "국내에 출시된 푸조ㆍ시트로엥 차종 중 아직까지 완전한 수동변속 모델은 일부 고성능 모델로 한정돼 있지만 수동 모델인 푸조 208 GTI의 국내 출시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