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자수성가


옛 어르신들은 항상 말했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고 그러면 성공할 것이라고.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도 있었다.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일가(一家)를 이룰 테니 게으름을 피우지 말라는 충고였다. 당시는 이게 진실이었다. 조선시대 기생에서 거상으로 우뚝 선 김만덕이 그랬고.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건설 한국의 신화를 창조한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그랬다.


△1960~1980년대 초 산업화의 급진전은 모두에게 부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못살았기에 남보다 더 노력하면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다. 지금 대기업 오너의 대부분이 기틀을 다졌던 것도 이때였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길거리에서 잡지와 신문을 팔던 소년 샘 월튼은 월마트로 최고 갑부에 올랐고, 주급 1달러20센트를 받고 공장에서 일했던 어린 직공은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라는 이름을 얻었다. 모두 산업화의 과정에서 탄생한 전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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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오던 시절은 가버리고 없다. 사회가 양극화되자 입지전적 인물들도 사라졌다.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출발점은 다른 사회로 변화하면서 벌어진 현실이다. 개인교습을 받고 국제중ㆍ고등학교에 들어가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자녀와 빚 갚기에도 벅찬 부모 밑에서 자라나 공교육에 만족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똑같은 길을 걸을 수는 없다. 캐나다 컨설팅업체인 브라이언트레이시인터내셔널의 브라이언 트레이시 회장이 "백만장자는 누구나 될 수 있다.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고 외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1조원 이상을 가진 거부가 28명이라고 한다. 이중 스스로 부를 이룩한 이는 6명에 불과하다. 영국과 일본, 심지어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마저 자수성가형 부자의 비중이 60%를 넘는다.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성공을 주변과 함께 나누기보다 독점하려는 비뚤어진 욕망이 우리를 점점 희망 없고 닫힌 사회로 몰아가고 있다. 이 땅에 제 2의 이병철ㆍ정주영은 정녕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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