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리뷰] 뮤지컬 '보이첵'

계급사회의 비극 표현

배우 열연 돋보이지만 산만한 구성에 아쉬움


8년간 준비한 모든 것을 표현하기엔 150분이 짧았던 것일까. 보여주고 싶은 것은 많은 듯하나 정작 마음에 와 닿는 강렬함은 없다. 세계 무대를 겨냥, 8년의 제작기간을 거쳐 무대에 오른 뮤지컬 '보이첵'은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산만한 장면 구성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독일의 극작가 게오르그 뷔히너가 남긴 희곡 '보이첵'은 부조리한 계급사회에서 존엄을 잃고 파멸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가난한 군인 보이첵은 생계를 위해 완두콩만 먹는 생체실험의 마루타가 되어 스트레스와 핍박을 견딘다. 그러나 그의 아내 마리는 군악대장이 건넨 루비 목걸이에 넘어가 부정을 저지르고, 이 사실은 보이첵의 마지막 존엄마저 파괴한다. '있는 자들'의 실험과 유희의 도구로 쓰인 뒤 버려진 두 사람은 그 자체가 비극의 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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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첵 역을 맡은 배우 김다현의 열연은 단연 돋보인다. 그는 비참한 하층 계급의 현실을 때론 흐리멍덩한 눈빛과 움츠러든 어깨로, 때론 광기 어린 분노로 표현하며 우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그의 곱상한 마스크는 가엾은 군인과 폭주하는 정신분열 환자를 오가며 색다른 매력을 내뿜는다. 무대를 갈대밭과 서랍식 컨테이너 구조물로 단순화하고 전환을 최소화한 점도 주인공의 내면 전달에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설득력 떨어지는 일부 장면과 과한 농담은 몰입을 방해하고 관객과 무대를 분리한다. 들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축제 현장이나 관능적인 춤이 지배하는 사창가, 완두콩 실험 결과에 열광하는 연구 발표장의 모습은 시력이 흐려지고,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며 야위어 가는 보이첵의 모습과 대조를 이뤄 비극을 극대화해야 한다. 중요한 이들 장면은 그러나 과한 농담에 묻혀 소비된 느낌이다. 특히 축제 신은 보이첵과 마리의 앞날을 뒤흔들 중요한 사건이 벌어지고 '의지와 본능'이라는 작품의 중요한 메시지가 전달된다는 점에서 섬세한 연출이 필요했지만, 성적 희화화와 유치한 인형극 속에 산만하고 황당한 사건으로 전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보이첵은 가난한 독일 이발사가 애인을 죽인 실화를 바탕으로 뷔히너가 1830년대 발표한 미완성 유작이다. 뮤지컬 '보이첵'을 볼수록 더욱 궁금해진다. 뷔히너가 완성하고자 했던 비극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11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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