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IT 넘버3의 반격

LG유플러스·팬택 등 IT '만년 3위'들 과감한 투자로 1위 호시탐탐<br>공격 마케팅으로 승부… 글로벌 공략 가속


지난 2일 오전7시 서울 상암동 팬택 본사 대강당. 시무식에 참석하기 위해 임직원과 이날 첫 출근한 신입사원들이 모여들었다. 얼굴에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새 출발선에 서는 설렘이 묻어났다. 박병엽 부회장의 발걸음도 자신감이 넘쳤다. 박 부회장은 "18분기 연속 흑자라는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글로벌 기업을 향해 뛰자"고 주문했고 임직원들은 결연한 의지로 화답했다.

지난해 12월28일 LG유플러스 서울 남대문사옥 1층 로비. 이상철 부회장과 직원들이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 서비스 지역이 표시된 상황판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 부회장이 선창하자 직원들이 힘차게 외쳤다. "경쟁의 판을 바꿔 통신역사를 새로 쓰자."


'넘버3'의 반격이 시작됐다. 숙명처럼 받아들였던 '만년 3위'라는 딱지를 떼내고 있다. 기존의 판을 뒤집고 단숨에 1위로 올라서겠다는 기세다. 이런 움직임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 및 서비스가 나오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활발하다.

주인공은 LG유플러스ㆍ팬택ㆍSK컴즈 등 IT 각 분야에서 넘버3의 설움을 겪고 있는 업체들. 이들은 올해를 선두로 치고 나갈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신제품이 본격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통신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LTE서비스 경쟁이 점화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파고 들면 선두도약의 길이 보인다는 판단이다.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마케팅이 두 축이다.

통신 부문 3위 LG유플러스는 올해 이동통신3사의 4G 서비스 경쟁에서 1등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다. 이 부회장은 "올해는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로 경쟁의 판을 바꿔 통신의 역사를 새로 쓰는 원년"이라며 "2012년은 LG유플러스가 1등으로 올라설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LTE를 통해 그동안 괴롭혀온 약점을 해소하고 네트워크 품질 등에서 오히려 경쟁사를 뛰어넘는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자심감에 차 있다. 지난해 7월 LTE서비스를 상용화한 후 전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전국 84개 도시에 망을 구축하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LTE 가입자도 58만명이나 확보해 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69만명을 바짝 뒤쫓고 있다.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도 빼놓을 수 없다. 전국 84개 도시에서 LTE가 터지는 유일한 통신사라는 점을 강조한다. 오는 3월 군ㆍ읍ㆍ면에도 LTE가 가능한 명실상부한 전국 LTE망이 완성될 때까지 경쟁사들의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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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관계자는 "4G LTE시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우리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라며 "만년 3위라는 꼬리표를 떼고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3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팬택도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팬택은 지난해 말 5년여 만에 채권단의 워크아웃에서 졸업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팬택은 워크아웃의 아픔을 겪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스마트폰 올인 전략으로 국내시장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30% 성장한 매출 4조원, 스마트폰 1,300만대 이상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매출 4조원대를 돌파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국내 스마트폰 2위 제조업체에 만족하지 않고 내실을 다져 글로벌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팬택은 워크아웃 중인 지난해 말 13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한 데 이어 올해 경력사원을 수시 채용하는 등 적극적인 인력수급에 나선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때 2,500명까지 줄었던 직원은 현재 3,500명으로 늘어났다.

포털과 게임 분야의 3위 업체 또한 1위를 차지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국내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를 기반으로 시장장악에 나설 계획이다.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진출을 통해 전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 같은 제조업체와 제휴해 스마트TV시장도 노리고 있다. 싸이월드나 네이트를 TV에 기본으로 탑재해 이용자를 끌어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모바일 메신저인 '네이트온 톡'을 기반으로 유무선 메신저시장의 점유율도 올리기로 했다.

게임업계에서는 네오위즈게임즈가 국내 1위를 목표로 잰 걸음을 보이고 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지난해 중국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크로스파이어'와 함께 국내에서 '피파 온라인' '슬러거' 등이 대히트를 기록하며 업계 1ㆍ2위인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위협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게임쇼인'지스타2011'의 메인스폰서로 나서고 자체 사회공헌단체인 '그린피망'을 발표하는 등 어느 때 보다 업계 내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올해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인 '블리스'와 같은 자체 개발작에 집중, 퍼블리싱 명가뿐 아니라 게임개발 명가로 거듭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끌어올려 신규 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방침이다. 관계사인 네오위즈모바일 등과 함께 모바일게임시장 장악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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