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이 기관 산하 제트추진연구소(JPL)의 선임연구원인 에릭 리그노 캘리포니아대(UC) 어바인 교수의 관측 결과를 발표했다.
레이더 관측위성을 이용해 이 문제를 연구해온 리그노 교수는 “남극 서부의 이 구역(아문센해) 빙하가 사라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문센해 구역의 빙하는 모두 다 녹으면 지구 전체의 해수면 높이를 1.2m 상승시킬 수 있을 정도의 규모다.
리그노 교수는 “이 구역(아문센해 빙하)은 앞으로 수십년, 수백년간 해수면 상승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추정하면 모든 얼음이 (녹아서) 바다로 흘러들어 가려면 수백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아문센해 빙하가 육지와 맞닿는 경계선을 관측한 결과 과거에는 빙하가 육지와 바로 접촉하고 있었던 것과 달리 요즘은 빙하가 녹아서 바닷물 위에 ‘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빙하의 두께가 얇아졌을 뿐 아니라 바닷물과 접촉하고 있고 바다 위에 떠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녹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유럽연합의 ‘지구 원격관측’(ERS) 위성 제1·2호기 레이더 관측 자료를 분석한 이 연구 결과는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게재될 예정이다.
같은 날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는 미국 워싱턴대(UW)의 이안 주인 교수 등이 16일자로 발간될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할 남극 빙하 관련 논문의 내용을 공개했다.
당초 AAAS는 이 논문 내용에 관해 엠바고(한국시간 16일 오전 3시)를 걸었으나, 주제가 유사한 NASA 발표가 나오자 엠바고 해제 시점을 예정보다 앞당겼다.
연구팀은 아문젠해에 있는 ‘스웨이트 빙하’(Thwaites Glaciers)를 연구했다,
레이더 관측 결과에 기반해 컴퓨터 모델링을 한 결과 스웨이트 빙하가 녹는 속도는 시간이 갈수록 빨라질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스웨이트 빙하가 모두 녹는다면 이것만으로도 지구 전체의 해수면 높이가 60cm 상승하게 된다.
주인 교수는 “지금까지는 스웨이트 빙하가 적어도 수천년간 안정된 상태로 있었다고 생각했으나, 실제로는 빙하가 사라지는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스웨이트 빙하가 모두 녹는 데는 200∼500년이 걸릴 공산이 크고, 오래 걸리더라도 900년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유엔은 “산업혁명 이후 해수면 높이가 19cm 올라갔으며 2100년이면 26∼98cm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낸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조차 ‘과소추정’일 개연성을 지적하는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됨으로써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전망이 상향 조정돼야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디지털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