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제민주화 적극 방어 못해… 뚝심 갖고 정책 밀어붙여야

[현 부총리·경제팀 성적표] 50~60점대 저조한 평가… 돌파구는<br>"기존 내용만 재탕삼탕" 서비스부문 혹평 쏟아져<br>기업들 불신 없애려면 창업·투자활성화대책 등<br>성장타이밍 놓쳐선 안돼

현오석(오른쪽 세번째)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부처 장관들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경제 DB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예상보다 훨씬 싸늘했다. 청와대와 경제팀, 국회와 정부, 부처와 부처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단적인 예가 한국은행과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벌인 줄다리기다. 예상보다 한 달 늦게 금리인하가 단행됐지만 정책 조율 실패라는 '낙인'이 찍힌 뒤였다.

전문가들은 현 경제부총리가 좀 더 리더십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시그널을 지금보다 더 명확히 하라는 주문이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보다 실질성장률이 떨어지는, 즉 자기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라며 "창업과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발 빠른 추경 긍정적, 가계부채 평가는 엇갈려=현오석 경제팀이 긍정적 평가를 받는 정책도 있다. A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연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한 것,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해결 노력에는 평가가 엇갈렸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약에 담겼던 국민행복기금을 비판을 무릅쓰고 강하게 밀어붙인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한 반면 C연구소 연구위원은 "모럴해저드 부분에 대한 제대로 된 고민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근본적으로 가계부채를 완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대책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 패키지 중 경제전문가들이 가장 비판한 것은 서비스 대책이었다. 새로운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D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 초창기에다 창조경제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게 거의 없었다"며 "재포장됐을 뿐 기존 내용의 반복"이라고 말했다. 같은 연구소 연구원도 "서비스 분야는 영리병원이나 카지노 같은 문제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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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활성화 대책에는 아쉬운 목소리가 많았다. 대책이 실제 투자로 연결되려면 일관된 시그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E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업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시점인데 경영환경 개선이 안 되고 있다"며 "그나마 중소기업 지원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 '상저하고' 장담 못해=정부에 이어 최근 한은도 '상저하고'의 경기흐름을 예상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이 볼 때 올 하반기 경제도 만만치 않다. '가시밭길'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국책연구소인 F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은이 성장률을 높인 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며 "남들 다 떨어지는데 우리만 오른다?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강도에 따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결국 국내 외국인자금이 대거 움직일 수 있다"며 "한국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중국이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중앙정부가 리드할 부문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신흥국인 브라질과 인도도 위태위태하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회복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하반기 금리까지 오를 경우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가계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G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하반기에는 민간 임대주택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세물건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월세 서민들의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논리에 말려 성장산업 놓치지 말아야=결론은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데 모였다. A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부진이 지속되면 부실기업이 나오고 가계는 소비여력이 없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 중점정책은 경제활력을 되찾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계기업은 더욱 어려워질 듯하다. 조선ㆍ해운ㆍ건설 등 취약업종과 중소기업들은 전반적인 금리상승 기조 속에서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됐다.

정치논리에 매여 성장가능성 높은 산업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D연구소 연구위원은 "4대강은 기업생산과 직결되지 않았지만 4대강을 뺀 사회간접투자(SOC)를 줄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도 셰일가스에 올인하고 다른 나라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는데 우리는 전력난에도 새 정권 들어 원전개발과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주춤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에너지정책의 큰 그림이 나온다면 관련 산업이 많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창조경제에 대한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기술혁신, 문화 콘텐츠 등 시도 자체는 좋지만 창조경제의 실질적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가 미흡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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