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통화긴축 기조 완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30일 은행 웹사이트를 통해 오는 12월5일부터 지급준비율을 사상최고 수준인 현 21.5%에서 0.5%포인트 낮추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지준율을 하향 조정한 것은 지난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경기과열을 막겠다며 2010년 1월부터 모두 12회에 걸쳐 지준율을 6%나 인상해 통화량을 조절해왔다. 인민은행은 이에 앞서 25일에는 저장성(浙江省)의 6개 은행을 포함한 20개 이상의 지방은행을 대상으로 지준율을 16.5%에서 16.0%로 0.5%포인트 낮춘 바 있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비율이며 지준비율을 낮추면 중앙은행에 적립해야 할 돈이 줄어들고 시중자금이 늘어나 경기부양 효과를 낼 수 있다. AP통신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이번 조치로 총 4,000억위안(63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시중에 풀릴 것"이라며 "이는 정책방향의 결정적인 전환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이 그동안의 통화긴축 기조에서 벗어나 완화방침으로 선회한 것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부동산발 경기침체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는 등 경제 전반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의 시장인 유럽 국가에 대한 수출은 10월 전월보다 15.9%나 줄어 올 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부동산 거품을 억제하겠다며 실시해온 과도한 긴축조치로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부딪혀 줄도산이 발생하며 사회적 불안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 미즈호증권의 선지앙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경착륙 위험이 높아졌으나 이번 조치가 유동성 완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글로벌 유동성 공급을 위해 발 빠른 공조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5개 중앙은행은 이날 긴급 성명을 내 유럽 재정위기로 돈줄이 마른 국제금융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달러 스와프금리를 낮춘다고 발표했다. FRB와 유럽중앙은행(ECB)ㆍ영국중앙은행ㆍ일본은행 등은 1일물 달러 스와프금리를 기존 1%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낮추고 운용기한을 2013년 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