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저를 돌봐준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꾹 참고 반드시 회복해 심리학 분야의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오는 20일 중앙대 학위수여식에서 문과대학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게 될 신상희(30ㆍ여)씨는 18일 지난 2년여간의 고통스런 백혈병 투병 생활이 떠오르는 듯 감회어린 표정을 지었다.
신씨의 대학 생활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시작하지 않았다. 1992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대학을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다. 그러나 `독학` 생활을 한 지 6년째인 1997년 가장 좋아했던 중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의 설득으로 뒤늦게 수능시험을 보고 98학번 대학생이 됐다.
그러나 `늦깎이` 대학생으로 향학열을 불태우며 5학기를 마친 신씨에게 백혈병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곧 견디기 힘든 투병 생활이 시작됐고, 신씨는 고통스런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다.
다행히 백혈병 선고 1년만인 2001년 9월 골수이식 수술에 성공하고 이후 1년간 집에서 요양하는 동안에도 신씨의 지적 탐구는 계속됐다. 수술부작용으로 쉽게 피로해지고 안압이 올라 눈이 침침해지기 일쑤였지만 손에서 책을 놓는 일이 없었다.
결국 신씨는 지난해 8월 8학기를 모두 마치면서 평점 4.5 만점에 4.39로 문과대학 전체 수석이라는 영광을 안게 됐다. 수강한 과목 중 단 한 과목만을 제외하고 전부 A학점이다.
신씨는 넉넉지 못한 환경에 대학원 등록금을 마련해야 하지만 지금도 통원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정도로 완치된 상황이 아니어서 “그게 조금 걱정될 뿐”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최석영기자 s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