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영인 보수 스톡옵션 바람

지난 6월에 취임한 고병우(高炳佑)동아건설회장이나 9월에 취임한 김정태(金正泰)주택은행장 모두 자신의 보수로서 스톡옵션을 요구,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高회장은 보너스 800%는 포기, 봉급만 받되 대신 10만주의 스톡옵션을 제시했다. 金행장은 연봉 1원에 100만주의 스톡옵션을 내놓았으나 그 규모가 너무 과다하다는 지적에 따라 30만주로 낮춰 조정됐다.옵션을 100만주나 준다는 것은 가까운 장래에 주식값이 지금보다 주당 1만원이 더 오른다면 옵션을 행사, 100억원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비판은 경영인이 받아갈 가능성이 있는 금액의 한 측면만을 고려한 단견(短見)에 지나지 않는다. 주가가 1만원 더 오름으로써 주주들이 누릴 부(富)의 상승에 대한 측면은 보지 못한데서 나온 짧은 안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주가가 주당 1만원이 오른다고 보았을 때나 100억원이라는 보수계산이 나오는 것이지 만일 주가가 떨어진다면 얼마만큼의 옵션을 가지고 있든 간에 그 가치는 종이장에 불과할 뿐이다. 설사 주당 1만원씩이 올라서 경영인의 부가 100억원만큼 늘었다 하더라도 이때 주주 전체가 향유할 부의 증가에 비하면 100억원은 많은 액수라고 할 수만은 없다. 경영인의 보수에 옵션을 연계시키는 제도는 우리보다 미국이 훨씬 앞서 있다. 미국에서도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주가상승으로 인한 최고경영자(CEO)의 보수가 엄청날 것으로 보고 너무 많지 않느냐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도산직전인 크라이슬러자동차 회장을 역임했던 리 아이아코카나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이 벌었던 금액만을 놓고 볼 때는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올려놓은 기업가치에 비하면 그 금액은 많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실제로 하버드 대학의 젠센과 머피 두 교수가 실증분석을 해 본 결과에 따르면 주주전체의 부가 1,000만큼 증가할 경우 옵션을 통한 CEO의 보수는 2(비율로 계산하면 0.2%)에 지나지 않는다. 두 교수의 실증연구의 동기는 미국 대기업의 CEO들이 옵션이라는 방식을 통해 너무 많은 부를 챙기고 있다는 일반의 비판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는 CEO들 가운데서도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의 주장은 밑바탕에 부러움 반(半), 시기 반이 섞여 있는 것이다. 젠센과 머피 두 교수가 밝혀낸 사실 중에 또 하나 흥미있는 내용이 있다. 옵션을 받은 경영자와 정액의 연봉만을 받는 경영자가 관리한 기업의 가치증대를 비교해 보면 1,000 대 200으로 옵션경영자의 기업가치가 훨씬 높게 상승했다. 주주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영자에게 2(0.2%)에 해당하는 옵션가치를 주더라도 그것을 안 주었을 때에 비해 798(800-2)만큼의 부의 증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옵션이 갖는 CEO에 대한 인센티브 효과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이해와 제도 정착이 아직 미흡한 것같다. 최근 2∼3년간 거의 모든 기업들이 주주의 부를 늘려 주기는커녕 잠식해 가면서도 CEO는 버젓이 자리에 앉아 있고 상당한 연봉도 챙기고 있다. 경제적 부가가치(소위 EVA)로 상장기업들의 성적을 매겨 보면 양의 값을 갖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만큼 주주들의 부를 까먹은 셈이다. 차제에 옵션으로 자신의 경영능력을 평가받겠다는 경영자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 보아서는 안된다. 이러한 경영자들이 많이 나오도록 CEO의 채용시장 분위기도 바뀌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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