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권 격랑의 중심에 섰던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사퇴 후 정치적 존재감을 크게 높이면서 당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내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가 중도층과 일부 진보 지지층까지 흡수하면서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는 반응과 함께 야권 지지층의 '역선택' 결과일 뿐이라는 반응이 공존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10일 발표한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 조사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는 19.2%의 지지율로 18.8%를 기록한 김무성 대표를 오차범위인 0.4%포인트 차 앞섰다. 같은 기관의 지난달 조사에서 김 대표 20.2%, 유 전 원내대표 4.6%로 나타났던 압도적인 격차가 한 번에 역전된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당내 일각에서는 야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초선 의원은 "내용을 들여다보면 정작 보수층의 지지율은 그렇게 높지 않다. 야권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자신을 보수층 지지자라고 답한 응답자 중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8.6%(김 대표 35.5%)에 그쳤다. 반면 중도층과 진보층에서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은 각각 25.3%, 29.4%로 1위였다. 여권 주자만의 지지율 조사라는 한계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권 지지층의 마음은 여전히 유 전 원내대표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유 전 원내대표를 견제하는 당내 그룹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내 친박계 대항마로 떠오른 유 전 원내대표가 명실공히 당내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 입지를 굳혔다는 반론도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기간에 '여권 내 야당' 역할을 했던 박근혜 대통령에 견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당내에서는 이미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결집한 비박계 의원들이 '유승민계'로 결집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분명 전통적 보수층의 유승민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역과 세대별 지지율에서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근거지인 대구·경북(TK) 지역에서 26.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고 세대별 '캐스팅보트'로 꼽히는 40대 지지층에서도 30.7%의 지지율로 김 대표를 크게 앞섰다. 보수층 기반을 넘어서 외연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유 전 원내대표가 단번에 무너지지 않을 지지층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결과로 보인다"며 "여권 내 주자 지지율 상승 추이를 감안하면 야권 주자가 포함된 전체 대권주자 조사에서도 중위권 그룹까지 올라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유 전 원내대표의 지지율 급상승은 최근 사태에 대한 이목 집중으로 인한 '컨벤션 효과'가 상당히 작용한 결과라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유 전 원내대표가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당청 갈등도 진정세를 나타내면 거품도 상당히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때 나타날 지지율이 진정한 유 전 원내대표의 경쟁력 척도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