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장물 벤츠차」가 돌아다닌다

◎미서 도난차량 수입돼… 12대 통관 확인/전문절도조직 서류조작 수출/관세청 소재파악·수입상 조사/위법처리규정 없어 처벌 곤란미국에서 도난된 「장물 벤츠」가 수입돼 돌아다니고 있다. 26일 관계당국과 자동차수입업계에 따르면 최근 관세청은 국내 비공식 자동차 수입상인 K사등이 지난 7∼8월중 수입, 국내에 시판한 벤츠승용차 12대가 미국서 도난당한 차량임을 밝혀냈다. 이달 중순 미통관당국으로부터 이같은 혐의를 통보받은 관세청은 수입업자를 소환, 정밀분석한 결과 이들이 도난차량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미 판매돼 운행중인 이들 차량의 소재 파악에 나섰다. 관세청 관계자는 『국내 수입상이 장물임을 사전에 알고 수입했는지 여부를 조사중이나 수입가격이 정상가였고 통관 서류와 절차에 하자가 없다는 점에서 국내수입상이 미국내 차량절도조직에 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동차 수입상들은 최근들어 수입자동차의 덤핑 판매가 급증했다는 점을 들어 실제로 우리나라에 불법 수출된 장물 자동차는 이번에 적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동차 수입업무 담당부서인 건설교통부 관계자도 『그동안 장물 자동차가 들어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내사중이었다』며 『미국 범죄조직들이 독일서 들여온 벤츠승용차를 트레일러 통째로 훔치거나 리스로 신차를 구입한 후 외국에 팔아넘기는 수법을 사용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통관당국은 이에 앞서 한국으로 장물벤츠가 불법수출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일일이 차대번호를 확인하는 등 통관절차를 강화해 미국서 선적되는 수입자동차의 국내도착이 지연되는 등 한국이 고급승용차의 장물처리장이라는 국제적 망신까지 사고 있다. 관세청은 미통관당국과 협력체제를 가동, 이같은 유형의 사건 재발 방지와 대책을 협의할 예정이나 이번에 적발된 장물벤츠에 대해서는 처리기준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관세청 관계자는 『적법한 수출입절차를 거쳐 세금까지 납부한 차량을 제3국의 장물이라는 혐의만으로 처벌할 근거가 없어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한미간 통상문제와 범죄를 다루는 외무부 관계자도 『근거 조약도 없고 이같은 사례가 발생한 적도 없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해 미국측이 재발 방지와 관계자 처벌을 요구해올 경우 한미간 마찰도 예상된다.<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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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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