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은 「금융개혁과제」/어떤 의미 담고 있나

◎과잉보호 탈피·규제완화에 초점/책임경영 등 효율성·경쟁력 제고 주력/재경원 「관주도속 새틀짜기」 큰 시각차한은이 11일 금융개혁위원회에 제출한 금융개혁 과제는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는 지난달 25일 재경원이 금개위에 제출한 금융개혁안이 금융산업 개편과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조정에 무게를 둔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재경원측 금융개혁안은 은행과 증권, 투신, 종금, 보험사 등의 업무영역 구분을 상당부분 철폐하고 여신전문기관을 소비자 및 기업금융으로 구분하는 내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재경원안은 금융기관간 업무영역 조정에 내용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경원이 금융개혁을 보는 기본시각을 잘 대변한다. 즉 관 주도하에 금융산업의 틀을 새로 짜자는 게 재경원의 입장인 것이다. 반면 한은은 과감한 규제완화를 통해 시장원리에 입각한 금융산업의 경쟁구조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금융개혁의 기본적인 방향 설정은 금융산업의 효율화와 경쟁력 제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한은이 제시한 개혁안은 금융산업 개편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대신 금융에 대한 경쟁제한적인 규제의 획기적인 완화와 철폐, 금융기관의 책임경영체제 확립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은은 금융규제의 획기적인 완화를 위해 금리 수수료 등 금융서비스에 대한 가격 결정이나 운용 권한에 대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은행의 요구불 예금을 제외한 제1, 2금융권의 수시입출금식 예금금리(3개월미만 자유저축, 기업자유예금,자발어음 등)를 조기에 자유화하는 대신 요구불예금 금리의 자유화는 중장기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단기금융시장의 금리재정거래를 촉진하고 금융기관의 수신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단기시장성 금융상품인 CD나 CP, 거액RP, 표지어음 등의 발행한도와 최저발행금액, 만기 등 거래조건에 대한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금융기관이 자금수급상황이나 수지상황에 따라 금리 수수료율을 자율적으로 결정, 운용할 수 있도록 인위적인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게 한은의 입장이다. 이밖에 재경원측 개혁안에도 포함된 부분이지만 선별금융제도를 정비해 여신금지부문을 폐지하고 이와 병행해 대기업에 대한 부동산 담보취득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또 여신관리제도가 편중여신 억제 및 금융기관 자산건전성 제고 등 본연의 기능에 걸맞게 운용될 수 있도록 여신한도(Basket)관리제도의 개선을 중장기과제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은행의 광역시 점포설치에 대한 제한을 철폐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영업구역의 광역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으며 일반은행의 경영건전성관련 지표의 달성도에 따라 차등적용되고 있는 은행의 배당에 대한 제한도 완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금융기관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을 위해 일반은행의 소유제한 철폐문제, 5대 계열기업군의 비상임이사회제도 참여를 허용하는 문제 등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현재 유명무실한 금융전업기업가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전업기업가의 자격 및 승인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함께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의 효율적인 운용을 통해 부실금융기관의 퇴출을 원활화함으로써 책임경영체제의 확립을 측면지원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한은이 금융에 대한 규제완화의 금융기관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국내 금융산업 낙후성의 원인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찾기 보다 금융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과잉보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경식 한은총재가 한결같이 「작은 정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결국 앞으로 금개위가 마련할 금융개혁안은 제도개선 중심의 재경원안과 규제완화 중심의 한은안을 적절히 절충하는 선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는 관측이 많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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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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