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그리스 사태로 유럽 증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주식펀드의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올 들어 유럽 주식형펀드에는 1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됐다. 특히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유럽펀드 투자자들의 근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가 이미 예상된 사안인 만큼 당장 환매에 나서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반등을 노려보고 만약 신규 투자를 생각할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후에 들어가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유럽 증시 약세 국면=그리스 정부가 지난달 27일 국제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협상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후 독일·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연일 하락세다. 독일 DAX30 지수는 지난달 29일 3.56% 폭락한 데 이어 30일에도 1.25% 하락 마감했으며 프랑스 CAC40 지수도 29일 3.74%, 30일 1.63% 각각 하락했다. 비록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영국의 FTSE100 지수도 30일 1.50% 내렸다. 유럽 국가 증시는 이전에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등락을 거듭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여온 바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증시의 흐름은 5일로 예정된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며 그때까지는 변동성을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너스로 돌아선 유럽 주식형 펀드 수익률=유럽중앙은행(ECB)이 올 초 양적완화(QE)를 실시하면서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유럽증시가 올해 들어 호조를 보였고 국내에서도 유럽 주식형펀드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유럽 주식형펀드에는 올 들어 1조3,093억원(지난달 30일 기준)의 자금이 몰렸다. 평균 누적수익률도 연초 대비 16.82%로 준수했으나 그리스 사태가 불거진 최근 1개월 수익률은 -1.25%로 마이너스로 반전됐다.
◇5~10% 이미 조정…사태 지켜봐야=지금 유럽증시가 흔들린다고 해서 기존에 유럽펀드에 투자한 사람들마저 대거 환매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리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증시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안기는 일종의 '테일 리스크(tail risk)'는 될 수 있겠지만 이미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데다 유로존 전체에 미치는 충격파가 크고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김진곤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 상무는 "유럽펀드들이 담고 있는 종목들은 이미 5~10% 이상 조정을 거쳤고 독일과 프랑스 기업들의 실적도 상향되고 있다"며 지금은 펀드를 유지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지훈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연구원은 "그리스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고 오히려 현 시점에서 환매하는 게 리스크가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유럽펀드에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본 후 진입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이다. 기준환 JP모건자산운용 본부장(전무)은 "ECB의 양적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기업 실적 반등과 같은 호재는 상대적으로 길게 바라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리스크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는 현시점에서 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곤 상무는 "시중에서 판매 중인 유럽펀드에 분산해서 진입하는 것도 분할매수 관점에서 괜찮다"면서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Grexit)의 충격은 아무도 모르는 부분이라 고객들도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