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이날 면담에서 △세월호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특검 도입과 특별법 제정 △개각 등 후속조치 시행 △공직자윤리법 개정과 부패방지법 강화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원 조성 등 세월호 후속대책들을 내놓았다.
세월호 침몰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부정부패와 비리 근절, 무능력한 공무원에 대한 책임추궁,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개혁 등을 통해 '국가개조'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면담에서 유가족들은 눈물을 쏟아내며 후속조치들을 제안했고 박 대통령도 눈물을 흘리며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특검·특별법 통한 진상규명=박 대통령은 다음주 초 대국민사과와 담화를 통해 대통령으로서의 무한책임을 언급하면서 국민에게 사과하고 국가개조 및 인적 쇄신 세부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 특검 도입과 특별법 제정을 놓고 여야 간 이견이 노출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은 "특검도 필요하고 특별법도 만들어야 한다"며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국정조사와 특검을 해야 하고 특별법도 만들어야 하고 부정부패를 방지할 수 있는 기반도 닦아놓아야 한다"며 "(유가족) 여러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조사 및 집행과정에서 의견이 항상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철저한 세월호 진상규명과 사후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내각과 청와대 인적 쇄신에 나서겠다는 뜻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개각을 비롯해 후속조치들을 면밀하게 지금 세우고 있으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인적 쇄신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개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개각이 절실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으로 후속조치에는 청와대 비서진 개편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이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국가재난처, 공모 통해 최고전문가로 구성=박 대통령은 유가족들과의 면담에서 다음주 발표하게 될 대국민담화 내용의 일부도 공개했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산하에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에 대해 "그냥 하나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를 통해 국민들이 다시는 그런 고통과 재난을 당하지 않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공모를 통해 최고 전문가들이 다 들어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재난구조 시스템 개혁의 경우 국가안전처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맡기면서 전국 주요 거점별로 3~4개의 재난대책본부를 설치, 사회재난과 자연재해에 초기 대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서 여실히 나타난 것처럼 민관유착 부조리와 공무원들의 비위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부패방지법(일명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도 강조했다. 부패방지법은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추진했던 법안으로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한편 다음주 초로 예상되는 대국민담화에는 세월호 사태 관련 부처 장관에 대한 책임, 관피아(관료와 마피아 합성어) 척결, 공무원 임용 및 보상시스템 개편, 국가안전처를 중심으로 한 재난안전대책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그대로 드러난 만큼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방안이 담기게 될 것"이라며 "관료보다는 민간이 개혁의 방향성을 주도하고 특히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안전 분야 공무원에게는 직위분류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국민사과와 담화 내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이며 박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세부 문구를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V생중계를 하되 기자들의 질문 없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사태에 대한 무한책임을 언급하고 국가개조 마스터플랜 청사진을 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