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고의 진리를 향해 나 홀로 걸어가노라'
성철스님의 유일한 혈육이자 친딸인 불필스님이 성철스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내놓은 회고록이다. 불필스님은 20살에 출가해 경남 양산 통도사에서 정식 비구니계를 받은 뒤 현재 해인사 금강굴에 머물고 있다. 올해로 세속 75세인 불필스님은 이 회고록에서 성철스님의 가족사부터 성철스님의 법문과 편지, 사진, 친필 법문 노트 등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남편과 딸이 출가한 뒤 50대에 자신까지 출가한 어머니 등 숨겨진 가족사도 전한다. 불필스님은 세간에 '필요없는 딸'이라는 뜻으로 알려진 법명 '불필(不必)'에 ?g힌 뒷얘기도 소개한다. 성철스님으로부터 '불필'(不必)이라는 법명을 처음받던 날 "왜 하필 불필이냐"고 묻자 성철스님은 "하필(何必)을 알면 불필(不必)의 의미를 알게될 것"이라고 답했다. 불필스님은 이에대해"'필요없는 딸'이라는 의미도 맞겠다 싶어 토를 달지 않고 살아왔지만 가장 정확한 의미는 세상에 아주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도를 이룰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성철스님이 생전 "세상 뿐 아니라 불법 가운데에서도 버림받은 사람, 쓸모없는 사람이 되지 않고는 영원한 자유를 성취할 수 없다"고 강조한 법문을 상기시키는 대목이다. 불교의 전형적인 '하심(下心)'이다.
불필스님은 또 '진리를 위해 일체를 희생한다'는 성철스님이 한평생 가슴 한복판에 박아두었던 말이라고 전한다. 가족 대신 수행을 택한 성철스님의 고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필스님은 "영원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이 삶에서 부끄럼없이 공부에 충실했는가"라고 자문하며 자신만의 수행생활도 전한다.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