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CEO 칼럼] 가장 두려운 그리고 가장 고마운 세 가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떠오르는 당신 모습/피할 길~이 없어라.' 지난 1980년대 '현철과 벌떼들'이 부르던 그 노래는 이제 경영자인 필자의 18번이 됐다. 다만 '당신'이라는 단어를 상황에 따라 '고객'이나 '직원'으로, 때에 따라서는 '주주'로 바꿔가면서 말이다.

최고경영자(CEO)를 새 가슴으로 만드는 세 가지.


퓨얼셀파워는 친환경 고효율 신재생에너지인 연료전지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세상에 처음 나오던 그때처럼 연료전지는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에너지원이다. 이런 연료전지를 제작ㆍ판매하면서 스스로에게 매일 되풀이하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쉽게 우리 제품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객들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서 받을 수 있는 가치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혹시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면 어쩌지' 등등. 연료전지의 상용화와 대중화가 늘 머릿속에 가득하다. 이런 마음으로 대하게 되는 첫 번째 당신은 고객이다.

똑똑똑! 특별한 결제 건이 없는데 방문을 열고 직원이 들어오는 순간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회사를 그만둘까 생각 중입니다. 사장님은 검지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우리들은 나머지 네 손가락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습니다." 나름대로 비전을 열심히 설명했다고 믿었지만 이 같은 말을 전하는 직원은 내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그래서 늘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마주치는 모든 직원들의 표정을 살피는 게 나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특별히 수심이 가득한 직원이 눈에 띄면 저녁에 살짝 불러내 작은 꽃다발을 쥐어준다. "내가 줬다고 하지 말고 부인에게 전해줘요." 낯빛까지 살펴야 하는 필자의 두 번째 당신은 직원이다.

따르릉. 전화벨이 울려 수화기를 들었다. "올해 숫자가 어떨 것 같으세요? 신문을 보니 이번에 정책이 바뀌는 것 같던데 우리한테 충격은 없나요? 일본의 경쟁사는 잘나가는 것 같던데 그들이 밀고 들어오면 어떻게 대응을 할 겁니까?" 늘 예상했던 질문이고 나름대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었지만 이런 전화를 받을 때면 필자의 가슴은 다시 한번 내려앉는다. 이렇게 가슴을 쿵 하게 하는 세 번째 당신은 바로 주주다.


CEO에게 감격과 보람을 주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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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경영자의 일상은 이렇게 늘 충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출근해서 회사의 고객만족팀이 받은 e메일을 전달받아 열었다. '귀사의 제품을 설치하고 나서 우리 집 전기요금이 삼분의 일로 줄었습니다. 우리 언니네 집에도 설치하라고 얘기했으니 첨부한 전화번호로 연락해보세요.' 이 순간만큼은 하늘을 날 듯 기쁘다. e메일을 읽고 또 읽으며 감격을 한다. 너무 고마워서 넙죽 절하고 싶은 필자의 첫 번째 당신은 고객이다.

입사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직원이 아침에 업무 발표를 한다. 이전과 달리 실력이 부쩍 향상됐다는 게 느껴진다. 마침 제품을 평가하는 기관의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장님 회사의 직원이 제품을 자기 자식 다루듯 하더군요. 말하지도 않았는데 주변을 깨끗이 정리해놓고 갔어요. 휴가라도 주세요." 직원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다시 한번 나를 기쁘게 한다. 한 해를 무사히 마치고 성과급을 나눠주며 경영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사와 기쁨을 선물해주는 직원들, 그들이 나의 두 번째 당신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올 한 해도 기대합니다." 주주총회를 마치고 악수를 하며 필자를 격려해주는 세 번째 당신은 주주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시장이 크게 형성되지도 않은 연료전지 분야에서 거액의 개발비를 투자하고 장기간 회사를 유지하며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칼은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더없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고도 한다. 경영자에게 고객ㆍ직원ㆍ주주는 두렵고도 고마운 당신이다. 그리고 그것은 경영자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 같다.

경영자라면 명심해야 한다. 노래의 나머지 가사가 의미하는 바를. '가지 말라~고 애원 했건~만/못 본 채~ 떠나버린 너/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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