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충북 음성 태양목장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들은 쉬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다. 비가 오는데 발전이 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99㎾ 규모의 설비를 운영 중인 허강원(47) 대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보여줬다. 화면에는 발전 총량이 79㎾라고 표시돼 있었다. 허 대표는 "낮에는 비나 눈이 오는 것과 상관없이 태양열로 발전이 된다"며 "비가 오지만 오늘 하루 발전량은 100㎾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대표는 사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지난 1월부터 태양열로 전기를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충분히 해볼 만한 사업이다. 다만 요즘은 나도 모르게 아침에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며 웃었다.
태양광발전 사업이 농가의 새로운 고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1일부터 신재생발전 저압설비 기준을 100㎾ 이상에서 500㎾ 이상으로 올려주면서 초기 설치비용이 대폭 줄었다. 그동안 100㎾ 이상의 태양광발전은 특고압으로 분류돼 전기를 생산, 판매하려면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등 장비 외에 별도의 특고압설비 설치비용이 들었다. 이제는 500㎾까지는 특고압 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어 그만큼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 것. 이에 따라 100~200㎾ 기준 최대 4,158만원까지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축산농가들이 태양광발전 사업에 관심을 보디는 것은 유휴공간인 축사 지붕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한번 설치하면 부대비용이 크게 들지 않고 설비 수명이 20년 이상이라 경제성도 뛰어나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안전관리자에게 유지·보수 등을 맡기면 사업자가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며 "300㎾의 태양광발전 설비를 축사 지붕에 설치해 하루 평균 3.6시간 전기를 생산할 경우 연 1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종환(64) 충북 충주 바울농장 대표는 지난해 8월 2억3,000만원을 들여 99㎾ 규모 태양광발전 설비를 축사 지붕에 설치했다. 윤 대표는 "한 달 평균 350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초기 설치비용이 부담이지만 수익성이 높아 사업을 해보겠다는 이들이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전남 고흥에서 98㎾ 태양광 사업을 하는 김문홍(63) 에벤에셀축산 대표도 "고흥지역은 일조시간이 길고 땅값이 싸 수익성이 다른 지역보다 더 좋은 편"이라며 "송전설비 여건만 되면 사업을 대폭 확장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가 수익보전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부는 축산농가 태양광 사업 지원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124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했다. 산업부는 이번 특고압 설비 기준 완화로 축산농가 태양광발전 가구 수가 현 185개에서 4,400가구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태양광발전 사업이 활성화되려면 수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용 문제가 해소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100㎾의 태양광설비를 갖추려면 직간접 비용을 합쳐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3억원의 목돈이 들어간다. 현재 대부분의 태양광 사업 농가들은 금융권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저압설비 기준 완화로 4,000만여원의 비용이 줄게 됐지만 그래도 만만치 않다. 금융 비용을 더 줄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재언 충북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투자비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며 "이산화탄소 절감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관련 대출상품의 금리를 낮추도록 유도해 사업자에게 보다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게 해야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