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양도세중과 폐지·DTI 완화 등 매매로 수요전환 유인책 시급

시행 앞둔 '목돈 안드는 전세'도 역효과 가능성<br>전세대출 줄이고 구입땐 지원 확대 역발상 필요<br>장기 고정 저금리 주택대출 등 적극 추진해야

저리의 정부 정책자금 지원은 전셋값 상승과 매매 위축은 물론 세입자들의 가계부채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서울 홍제동의 한 시중은행 입구에 최저 연 2%대 금리의 전세자금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호재기자



"집 가진 사람이 담보대출 받는 것보다 세입자가 전세대출 받는 게 더 쉬워요. 은행 입장에서는 전세 보증금 자체가 담보이니 떼일 염려도 없고…."

KB국민은행에 따르면 7월 말 전국 주택의 전셋값은 2008년 말보다 30.98% 뛰었다. 같은 기간 매매가 상승률(10.21%)의 3배에 달한다. 전남ㆍ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가 매매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고 서울 25개 구 가운데 전세가율이 60% 이상인 곳은 7월 기준 총 8개 구로 6월보다 4개 구가 증가했다.


전셋값이 브레이크 없이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음에도 정부 당국은 자금대출이라는 단기 대책에만 급급해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지원은 고가 전세 수요를 창출해 상환능력 이상의 부채 부담을 지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와 월세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세 잡으려던 대책이 오히려 전셋값 부추겼다=전문가들은 정부의 전세대책이 오히려 전셋값 급등에 기여했다고 비판했다. 전세수요를 매매·월세수요로 분산시켜야 하는데 정부의 전세정책은 오히려 매매수요를 위축시키고 전세수요만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것이 국민주택기금을 통한 저리의 전세자금대출이다. 시중은행이 담당하던 전세대출에 공적자금이 투입되면서 전세수요를 더 높여주는 효과가 발생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 지점장은 "국민주택기금 담보대출 이율이 워낙 낮고 시중은행 이율도 주택담보대출 이율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전세자금 대출 이율이 주택담보대출보다 약간 더 높지만 집값 하락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대부분 전세자금 대출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돈 안 드는 전세'도 역효과 가능성=이르면 이달 중 시행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역시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 김일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정부가 강력히 밀고 있는 전세대책이기 때문에 심리적 효과로 주택 매입 의사가 줄거나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ㆍ주택금융공사가 논의 중인 전세자금대출한도 확대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두 배를 올릴 계획이지만 이는 또다시 수요증가→전셋값 상승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한도를 3억원까지 늘려주면 강남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고액 전세 접근이 가능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저렴한 전세자금 대출은 결과적으로 세입자가 실제 소득 이상의 주거비를 지불하게 만드는 거품효과를 양산하고 있다. 과거에는 전세 보증금이 순자산이었지만 여기에도 과도한 부채가 더해지면서 가계 경제의 리스크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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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돈을 빌려 전세자금을 빌리면 당장 거주 안정은 해결하겠지만 결국 만기 시점에서는 상환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부담 능력 이상의 주거 인플레이션 양산의 위험이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매매수요로 돌릴 수 있는 정책지원 필요=급등하는 전셋값 안정을 위해서는 전세에만 머물러 있는 수요를 매매시장으로 돌려 주택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오히려 전세대출 지원을 줄이고 구입에 따른 혜택을 확대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매매 거래 때 세제 및 금융 혜택을 늘려 전세수요가 자연스럽게 매매수요로 돌아서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 인하 등이 뒷받침되면 실수요자는 물론 여유계층의 자금까지 유입돼 매매 활성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전세가 아닌 구입을 편하게 할 수 있는 정책이 더 시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주택 매매 시에도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단순히 연소득만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향후 상환능력이 충분한 30대 직장인들조차 주택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김일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DTI는 가계부채를 줄인다는 취지로 나왔지만 대출능력을 파악하는 기준이 단순해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은행 자율에 맡겨 주택구입시 자금마련에 겪는 어려움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전세보다는 매입자금 대출에 정책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집 구매 시 장기 고정 저금리를 적용하는 등 주택구매자금 지원을 늘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전세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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