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판매수당의 이연한도를 판매수당의 50%로 제한하는 보험업 감독규정이 시행됨에 따라 보험사들이 실적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설계사에게 준 판매수당에 대해 회계상 당해 연도에 즉시 반영해야 할 규모가 그만큼 커진 것으로 단기적으로 회계상 비용처리가 늘어나 보험사의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상장 보험사들은 실적부담이 만만찮다.
특히 경기침체와 저금리로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들이 설상가상의 입장에 놓이게 됐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계약의 판매수수료 이연한도가 50%로 대폭 줄어든다.
현재는 판매수수료의 선지급금에 대한 이연한도가 아예 설정되지 않아 대부분의 보험사가 판매수수료 대부분을 판매 초기에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설계사가 월 15만원을 납입하는 장기보험을 고객과 체결,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100만원을 보험사로부터 받게 됐다고 치자. 이럴 경우 보험사들은 초기에 이익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설계사들의 바람을 반영해 계약 첫해 100만원에 가까운 수당을 주는 경우가 흔했다. 이게 가능했던 것은 설사 설계사에게 계약 첫해 100만원을 다 내주더라도 회계상으로는 이를 모두 이연시켜 100만원을 7년(설계사에게 수당 지급을 마무리해야 하는 기간)으로 나눈 금액인 14만원만 그해 비용처리하면 됐기 때문이다. 실제 비용부담이 생겨도 회계상에서 별 무리가 없다 보니 수당을 계약 첫해 많이 지급하는 관행이 지속돼왔다.
하지만 내년 4월부터는 만약 100만원을 계약 첫해 지급했다면 총 수당의 절반인 50만원까지만 이연되기 때문에 나머지 50만원은 그해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만약 7년간 총 지급해야 할 수당이 100만원이고 계약 첫해 80만원이 설계사에게 지급됐다면 그해 회계상에는 30만원(80만~50만원)을 비용으로 털어야 한다.
금융 당국은 수당의 조기 지급이 설계사들의 도덕적해이를 유발하고 결국에는 시장혼탁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경영여건이 어려워지는 만큼 재무건전성도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보험사로서는 이번 조치가 단기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대형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비용처리가 늘어나게 돼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등 순이익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있다"며 "내년이면 저금리 등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이번 조치가 경영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보험사 실적이 내년부터 큰 폭으로 고꾸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공공연히 나온다"고 전했다.
판매조직이 설계사 위주로 꾸려진 중소형사들은 아무래도 고민이 더하다.
중형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회계상 비용처리를 앞당긴 것이라 실제 비용부담이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단기적인 비용부담을 느껴 보험계약 초기 지급하는 수당을 줄이는 보험사의 경우는 설계사 이탈로 판매조직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