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한국경제 어제와 오늘] <29> 국가위험도

외자 유치·기업 경영등에 막대한 영향<br>환위기 극복 노하우 살려 철저 관리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의 쓰나미가 전세계를 덮치고 있다. 나아가 글로벌 신용경색의 여파가 실물경제로까지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은 긴밀한 정책공조를 바탕으로 사상 유례없는 구제금융방안과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며 위기 극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연쇄적 패닉은 국가위험도 관리가 취약한 일부 국가들에 이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때 신흥국 성장모델로 주목 받던 아일랜드를 비롯해 몇몇 나라들이 국가 부도 상황에 직면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국가위험도’란 특정 국가가 비상상황 발생시에 채무를 불이행할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의미하는데 외국인투자가들에는 중요한 투자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특정 국가에 대한 신뢰성과 장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나라의 채무이행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가신인도’ 또는 ‘국가신용도’ 등도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일반적으로 국가위험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채무국의 외채상환능력 부족, 전쟁이나 내란, 정책 규제로 인한 경제활동의 제약, 정부나 공공기관의 고의적 채무 불이행 등이 해당된다. 현재 다양한 평가기관들이 특정 국가의 국가위험도 또는 국가신용도를 조사해 주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인 평가기관으로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 일컬어지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ㆍ무디스(Moody’s)ㆍ피치(Fitch IBCA) 등이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 등도 매년 국가별 위험도를 조사해 신용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국가위험도가 높아지고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진다는 것은 그 나라의 채무이행능력에 대한 투자자의 의심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정부의 국채상환능력을 반영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가산금리가 오르고 채권발행기관의 부도 위험에 대한 금리를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ㆍCredit Default Swap) 프리미엄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국가위험도가 높아지는 만큼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빌리기가 힘들어질 뿐 아니라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진다. 또한 국가신용등급이 낮아지면 그 나라의 개별 기업이나 금융기관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 비록 우량기업이라도 채무의 조기상환 요구, 만기 축소, 만기 연장 거부 등의 압력을 받게 되거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가면 기업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결국 국가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가위험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세부항목 및 반영비중 등은 평가기관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해당국의 정치ㆍ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특히 그 나라의 외채의존도, 외환보유액, 정부의 재무관리능력 등 경제적 지표는 주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예를 들면 S&P의 경우 국가신용도를 평가하는 주요한 기준으로 정치적 리스크, 경제구조, 경제성장 전망, 재정 유연성, 정부 부채 부담 정도, 공공 부문 및 민간 부문의 대외 부채 등 크게 10가지 부문에 걸쳐 투자환경을 조사하고 등급을 매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S&P와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우리가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등급 평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과거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이들 기관의 국가신용등급 평가가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 기억에 선명하기 때문이다. 국가위험도 관리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세계가 소용돌이치는 지금, 외국 투자자는 다시 우리 경제를 우려의 시각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정부는 각종 지표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부실이 우려되는 부문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외국 투자자들에게 우리 경제의 건전성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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