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8월 12일] 베이징 올림픽과 중화민족주의

전세계 수천만의 눈과 귀가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에 집중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 8일 개막식에서 보여준 이벤트는 전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중국은 세계 4대문명 중 하나인 황하(黃河)문명이 발생한 곳으로 화약ㆍ종이ㆍ나침반ㆍ활판인쇄술 등을 발명한 나라다. 중국인들은 올림픽 개막식을 통해 중국 민족의 역사적ㆍ문화적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개막식을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과거의 찬란했던 역사보다 미래의 정치ㆍ경제 대국으로서 중국의 위상이었을 것이다. 지구촌의 공장이자 원자재 블랙홀로서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으로서 미국경제에 맞설 유일한 슈퍼 파워다. 중국은 정치적으로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 규모를 늘리며 지구촌의 각종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력이 곧 국력이다. 올해 개혁ㆍ개방 30년을 맞은 중국의 위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커질 것임이 틀림없다. 중국은 스스로를 중화(中華)민족이라고 부른다.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의미다. 이번 개막식 곳곳에는 이 같은 중화민족의 우월성이 숨어 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세계의 중심이자 최강국이 되기에는 많은 약점을 갖고 있다. 중국산 제품의 상당수는 저가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고 해외 유명 브랜드를 그대로 베낀 짝퉁 천국이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언론은 물론이고 인터넷에 대한 사전검열은 세계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티베트 등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박해 및 인권 탄압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과제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 개최를 통해 금메달 수에서 미국을 제치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국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올림픽에서 미국을 압도함으로써 중국민족의 자부심을 한층 드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이 그들 앞에 놓인 수많은 과제들을 해결하지 않는 한 이번 올림픽은 중국의 민족주의적 야망만 드러낸 반쪽짜리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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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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