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지윤기자의 무대위愛](8) ' 너무도 고마운 한국 뮤지컬 시장 '

브로드웨이서 실패한 작품도 한국 진출해 돈 벌어...

NYT 기사...한국 뮤지컬 다루며 실태 꼬집어

미 라이선스 작품 넘쳐 창작작품 고전

사진=뉴욕타임즈 홈페이지 해당기사 캡처

“브로드웨이에서 7,000마일 떨어진 곳(한국)에서 뮤지컬이 이보다 더 ‘핫’할 수는 없다.”


지난 12월 ‘뉴욕타임즈’에 한국 뮤지컬과 관련된 분석 기사가 실렸다. 뉴욕 타임즈 기자가 직접 한국의 관객·제작사 등을 만나며 한국 뮤지컬 시장을 들여다봤다. 기사는 중장년층이 주소비층인 미국 뮤지컬과는 달리 젊은 관객층이 두터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안정적인 수입 구조를 가진 젊은 층이 통 큰 취미 생활로 뮤지컬을 보게 되면서 최근 10년간 한국 뮤지컬 시장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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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좋은 점만 적혀 있을 것 같았던 기사는 날카롭게 한국 뮤지컬 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 뮤지컬시장은 창작보다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장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국 제작사들 역시 한국 시장 진출을 통해 브로드웨이 적자를 채우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과 비슷한 수인 300여개의 극장을 소유한 한국은 미국에서 혹평 속에 일찍 막을 내린 작품들마저 공연되고 있다고 말한다. <고스트> <머더 발라드> 등 미국에서 조기에 막을 내린 공연들이 한국 시장에서 인기리에 공연 중인 것은 사실이다. 1개월~2개월 간격으로 빠르게 순환하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상 브로드웨이에서 실적이 좋지 못했던 작품들도 무대에 오르고 있다.미국에서 실패한 작품들이라도 한국에서는 15%의 로열티와 라이선스 관리 비용 등을 안정적으로 받는다고 하니, 미국 공연사들에게 한국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익 시장이다.

라이선스 뮤지컬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창작뮤지컬의 시장 점유율까지 타격을 입게 됐다. 한해 제작되는 뮤지컬 중 절반 이상이 창작 뮤지컬이지만, 시장 점유율은 낮은 편이다. 제작사들 또한 라이선스에 비해 몇배나 긴 준비기간과 흥행에 대한 불안함으로 인해 창작 뮤지컬 지원을 선호하진 않는 편이다.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앞으로 한국의 뮤지컬 시장은 라이선스 뮤지컬의 잠식 구조를 탈피할 수 있을까. 창작 뮤지컬이 이미 잘 갖춰진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규모를 첫술에 따라잡긴 힘들다. 창작뮤지컬이 지닌 스토리의 힘과 우리나라 문화가 잘 녹아든 작품성으로 관객의 이목을 이끌어야 한다. 제작사들 역시 눈앞의 수익만 노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창작뮤지컬에 대한 적극 투자에 나서야 한다. 다행히도 여러 단체와 재단을 통해 창작뮤지컬에 대한 지원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사들만 배불리는 구조가 사라질 날이 멀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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