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3류 서비스 산업] 인터뷰-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

서비스업 규제가 내 자녀 취업 막는다는 것 알아야<br>국민정서 이끌려 미적대지 말고 제주 중국인 병원 등 결단내려야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소신을 갖고 행동에 나서는 이는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그 소신이 국민 정서나 보편적 관념에 반한다면 더욱 그렇다. 박병원(사진)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은 그런 보기 드문 사람 중 하나다.

박 회장은 1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을 통한 우리 경제의 경쟁력 유지와 일자리 창출은 끝났고 서비스업 발전을 통해서만 가능한 시대가 됐다"며 "정부가 국민 정서에만 이끌려 서비스산업 활성화에 미적댈 경우 국가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의 고민의 처음과 끝은 '일자리 창출'이다. 서비스산업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박 회장의 본업은 은행연합회장이다. 서비스산업총연합회장직은 비상근, 무보수의 봉사직이지만 열정과 소신은 누구보다 남다르다.

그는 "지난 2001년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시절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짜면서 제조업 고용의 추세적 감소를 절감하고 서비스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우리 경제가 나아갈 길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소신은 교육ㆍ의료 등 각종 서비스업협회를 규합하는 산파 역할을 했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문제는 10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제기돼왔지만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교육 개방은 가뜩이나 심각한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 민영화는 서민들의 의료비용을 급등시킬 것이라는 등의 정치적 논리가 압도했다.

관련기사



그는 "당장의 소비자 비용 부담 때문에 서비스업 투자를 막으면 우리 경제에 가장 절실한 일자리 창출은 요원하다"며 "사람들은 기업의 투자를 저해하는 일들이 자신이, 자녀가, 조카가 취직이 되지 않는 것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박 회장은 "서비스업 규제 완화를 사회 양극화의 원인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서비스업 규제 완화와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을 이루면 이것이 국민 소득 증대와 세수 확대로 이어져 복지 예산을 더 쓰게 함으로써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서비스업투자 활성화 대책과 관련, 박 회장은 "정부가 새로운 것을 많이 담기 보다는 국민 정서나 각종 규제 때문에 진전이 없는 송도경제자유구역의 카지노, 서울 송현동 7성급 호텔, 제주의 중국인 병원, 설악산 케이블카 등 상징성 있는 오래 묵은 사업들을 실천에 옮기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 소득수준이 어느 정도 높아지면 고부가가치화, 즉 고급화를 통해서만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데 이것은 서비스업에서 더 여지가 많다는 것을 세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유권자의 정서와 요구에 발목이 잡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진정으로 고민하고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자는 유권자를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미래를 넓게 보고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일갈했다.

박 회장은 최근 중국이 상하이를 금융 등 고급서비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조업에서 중국이 우리나라를 2~3년 이내의 격차로 추격해온 상황에서 서비스업에서조차 중국이 우리를 앞서 간다면 참으로 암담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