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독사라는 별명

제4보(33~42)



최철한이 이창호를 꺾고 국수 타이틀을 따내던 무렵 그에게 새로 붙여진 별명이 독사였다. 다소 섬뜩하고 본인으로서는 듣기 거북한 측면이 있지만 이 별명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매스컴에서 워낙 빈번히 사용되다보니 본인도 구태여 싫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최철한은 독사 또는 최독사가 되었다. 그 별명이 붙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사람은 시인 박해진이었다. 시보다는 바둑평론을 훨씬 더 많이 쓰는 그는 손이 무척 빨라 사이버오로의 워드진행을 자주 맡았는데 거기서 독사와 최독사를 줄줄이 읊어댔고 그게 걷잡을 수 없이 퍼진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처음부터 그 별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수를 따낸 고수의 별명으로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 더욱 염려가 깊어진 것은 최철한 본인이 독사라는 별명에 최면이 걸려서 언제나 최강수와 가장 표독한 수만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것을 보면서부터였다. 바둑이라는 것이 심히 오묘하고 다양해서 그 착상도 경우에 따라 얼마든지 변신과 임기응변을 필요로 한다. 최강수와 가장 표독한 착상은 그야말로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자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최철한은 깊은 슬럼프에 빠지게 되었다. 사석에서 필자는 박해진에게 말했다. “자네 책임이 크네“라고. 흑37을 최철한은 가장 표독한 수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 수는 이세돌에게 쉽게 수습하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이 경우의 최선은 참고도의 흑1로 그냥 내려서는 길이었다. 그것이면 백은 급소인 백2를 두게 되는데 그 때 흑3으로 훌쩍 날아오르는 것이 흑의 갈길이었던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