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불안 등의 여파로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던 내수마저 9월부터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요 동력인 제조업과 수출이 '분기말 효과'에 힘입어 선방했다지만 연말까지 추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기 하강 국면의 초입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9월 광공업생산은 시스템반도체의 수출 호조에 따라 전달보다 1.1%,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6.8% 증가했다. 하지만 광공업과 서비스업ㆍ건설업ㆍ공공행정 등 4개 부문으로 구성된 전산업생산은 전달보다 0.1% 감소해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는 내수 부문인 서비스업 생산이 전달보다 1.6% 줄어든 탓이다. 올 4월 이후 5개월 만에 마이너스 성장세다. 주가 급락 등의 여파로 금융ㆍ보험업종이 전달보다 2.9% 감소하고 물가 불안으로 도ㆍ소매업이 3.4% 줄어든 영향이 컸다. 다른 내수 지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가전제품 등 내구재 판매와 비내구재 판매가 줄면서 전달 대비 3.2% 하락했다.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도 기업 투자 위축으로 기계류 투자가 부진을 보이며 전달보다 2.0% 줄면서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건설 부문은 건축 공사의 호조로 전달보다 3.8% 늘었지만 토목공사 실적의 부진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 줄었다. 이 같은 내수 둔화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물가 불안,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소비 여력이 제자리걸음인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나 금융 불안으로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조업과 수출 부문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광공업생산이 3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게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관련 지표를 꼼꼼히 들여다보면 불안 요인도 적지 않다. 우선 9월 광공업 생산이 전달 대비 1.1% 증가한 데는 지난 8월 일부 대기업의 라인 합리화 공사나 공장 이전 등으로 1.9%나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분기 말 실적 관리를 위해 출하나 수출을 쏟아낸 것도 한몫했다. 특히 제조업의 재고ㆍ출하 비율이 3개월 연속 100을 웃돌면서 경기 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는 제품이 팔리는 속도보다 재고로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현재와 미래의 경기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도 5개월 만에 동반 하락하면서 경기 둔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동행지수는 건설기성, 도소매업, 내수출하 등 내수 지표가 모두 부진하며 전월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선행지수는 주가와 소비자기대지수 등 심리지표를 중심으로 하락해 전달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선행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을 보면 내년에는 경기가 더 둔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