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초병 자의적 판단" "北 의도적 도발"

안보전문가들 분석도 분분<br> "2발의 총성 들었다" 등 관광객 증언도 엇갈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53ㆍ여)씨 피격사건이 북한 초소 경비병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상부의 묵인하에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분석이 분분하다. 안보 전문가들은 13일 이번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 의도를 예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면서도 북측 초병의 자의적 발포와 의도적 도발 가능성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우선 북측 당국이 남측의 조사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태도 자체가 ‘의도적 도발’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측은 사건발생 이틀째인 지난 12일 금강산사업 담당 기관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현지 조사단의 수용을 거부하는 한편 사건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했다. 여기에다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의 담화와 남측 목격자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는 것도 ‘의도성’에 무게를 싣게 하는 대목이다. 대변인은 “우리 군인이 군사통제구역을 침범한 그를(박씨를) 발견하고 서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응하지 않고 달아났으며 공탄(공포탄)까지 쏘면서 거듭 서라고 했으나 계속 도망쳤기 때문에 사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관광객 이인복(23ㆍ경북대 사학과2)씨는 “11일 오전 동틀 무렵 검은색 옷을 입은 중년 여성이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고 5~10분가량이 지난 뒤 10초 정도의 간격으로 2발의 총소리와 비명이 들렸다”고 말했다. 박씨가 피격된 순간 공포탄까지 쐈다면 세 발 이상의 총성이 울렸어야 하는데 2발이 들렸다는 것은 대변인 담화 내용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들은 3발의 총성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등 남측 관광객들의 증언도 엇갈리고 있다. 또 박씨가 들어갔다는 ‘군사통제구역’에 다른 관광객의 출입 사례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도 ‘의도적 도발’ 가능성을 높인다. 박씨의 언니(55)는 “어제(12일) 같이 여행을 간 친구들이 조문하러 와서 이야기를 들려줬다”며 “이들 중 한 명이 사건 전날 그 길을 산책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실제 이번 사건 발생 이전에도 그 장소에는 남측 관광객의 발길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경비병들은 사건 장소에 보안을 유지할 만한 군사시설이 없고 남측 관광객의 행동에 의심을 두지 않아 그간 출입을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느닷없이 태도가 돌변한 데는 상부의 어떤 지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이와 달리 초소 경비병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발포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남측 관광객들의 옷차림새나 행동 등을 통해 남측 사정을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초소의 특성상 이곳에서 근무하는 초병들은 북한체제의 우월의식이 투철한 입대 5년차 미만의 병사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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