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주주 중시 경영은 우리 사회의 ‘거스를 수 없는 교리’였다.
나라가 모두 망한다는데,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데, 너라도 희생하면 나라를 살리고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다는데…. 우리 모두는 선호 여부를 떠나 동의했다. 그래서 직원이 20%, 30%, 아니 심하면 절반이 줄어든다. 그러면 바로 주가가 오른다. 구조조정은 직원들에게는 ‘사망통지서’였지만 주주들에게는 ‘복음’이었다.
아니 직원보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경영진이다. 서구식 자본주의, 주주 중시 경영을 해야 한다면서 퍼지기 시작한 스톡옵션제도로 경영진들은 주가가 올라가면서 말 그대로 ‘떼돈’을 벌었다. 구조조정 이후 회사는 좋아졌다. 매출은 늘 고비용(임금)은 줄었다. 주가뿐 아니라 살아남은 직원들의 급여도 높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회사를 이처럼 좋아지게 만든 바탕이 됐던 ‘?겨난직원’들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잘못됐을 때는‘그들 탓’이었고 잘됐을 때는 ‘내탓’이었다.
지난 2001년 2월 대우자동차(현GM대우)는 대우그룹의 워크아웃으로 1,725명을 해고했다. 이 같은 숫자는 당시 전체 근로자의 3분의1 수준이었다. 당시 노사는 회사가 정상화되면 전원 복직 시키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를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GM대우는 살아났고 최근 당시 정리해고 근로자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결정했다.
1,081명은 이미 지난해에 복직했고 나머지도 오는 6월까지 재입사할 예정이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외환위기 전까지만 해도 당연히 재벌 오너들이 기업의 주인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재벌식 경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대안으로 주주자본주의가 등장했다. 물론 이것도 엄청난 발전이었지만 역시 종업원에 대한 배려는 없었다. 주주는 주식을 팔면 그뿐이다. 그러나 종업원은 수십년을 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그 기업의 성장과 후퇴를 함께 한다. 이들을 중시하는 경영, 주인의 하나로서 대우하는 경영이 진정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첩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