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실세라고 쓰지마. 날 ‘죽이려는’ 기자라고 생각할 거야.”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이 가끔 던지는 경고지만, 역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참모를 설명할 때 그를 실세라고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 의원은 이 후보의 최측근 1순위다. 만약 현 시점에서 이 후보가 정치적 힘을 잃는다면 정 의원은 함께 의원 배지를 뗄 것이다. 다른 이 후보 측근 의원들과 구분되는 점이다. 역할의 중요도를 떠나 그만큼 ‘보스’와 일심 동체란 뜻이다. 이런 점에서 정 의원의 대선 관련한 발언은 대개 이 후보의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정 의원은 57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상대를 졸업하고 행시 24회에 합격,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국무총리 비서관을 거쳤다. 16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면서 시장이던 이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원외였던 정 의원에게 당시 이 시장이 은인이었다면, 이후 당내 세력에서 ‘외부인’이나 다름없던 이 후보에게 정 의원은 17대 총선 당선 후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정 의원의 역할은? 모든 것이다. 선거전략 전체를 기획하고 구성원들을 총괄한다. 정 의원은 4일 “기동성과 유연성 있는 캠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후보의 ‘슬림화’ 방안, 즉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포괄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캠프상과 무관치 않다. 효율과 성과를 중시하는 점에서도 이 후보와 정 의원의 ‘코드’가 맞아떨어진다. 뿐만 아니라 정 의원은 싸움이 필요하면 국회나 기자실, 토론회에 나가 상대 선봉장들과 맞서 싸웠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 출마 관련해서도 “이 후보 대세에 지장 없다. 두려워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강경 어조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을 전후해 이 후보 주변엔 현역 의원들이 구름처럼 몰렸다. 전략가도 공격수도 관리자도 늘어났다. 때문에 초선인 정 의원은 요즘 ‘자세 낮추기’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이른바 자신의 ‘2선 후퇴론’이 그의 지론인데, 진짜 실세는 직위가 무엇이든 그냥 실세인 법이다. 대선이 불과 40여일 남았다. 이 후보는 집권할 경우를 대비, 차기 정부 구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실무는 정 의원이 맡고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더. 그는 엉뚱하게도 연예인협회에 가수로 등록돼 있다. 앨범도 몇 장 냈다.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에 자신이 부른 노래가 등장하는 국회의원은 그밖에 없다. 젊은 시절엔 방송사 탤런트 공채시험에 응시한 적도 있는 괴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