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버냉키 쇼크' 한달만에 털어냈다

외국인 매수세로 전환… 코스피 1,900선 탈환<br>채권·환율 등 각종 지표도 6월 발언 이전 수준 회복


금융시장이 한 달여 만에 '버냉키 쇼크'를 털어냈다.

6월20일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방침을 밝힌 후 출렁거렸던 주식ㆍ채권ㆍ환율 등 각종 지표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버냉키 의장이 이후 의회연설 등을 통해 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축소 별개 추진, 연말 양적완화 축소 검토 등을 거듭 밝히면서 시장의 혼란이 수습되고 있는 모습이다.


23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28.80포인트(1.27%) 오른 1,904.15포인트를 기록해 버냉키 발언 이후 한 달여 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철강ㆍ금속, 증권, 건설, 금융 등 그동안 정보기술(IT), 자동차 업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업종이 모처럼 상승하며 1,900고지 탈환을 이끌었다.

6월18일 1,900.62포인트였던 코스피지수는 버냉키 발언 직후 급락을 거듭해 6월25일 1,800선마저 무너지며 1,780.63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매도세가 조금씩 살아나고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이 적극적인 방어에 나서면서 한 달 여 만에 '버냉키 쇼크'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실제 지난달 무섭게 주식을 팔아 치우던 외국인은 23일 하루에만 유가증권시장에서 2,942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달 들어 352억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기관투자가는 총 6,824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금리인상과 양적완화 축소는 별개로 진행하고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이르면 연말이 될 거라는 버냉키 의장의 말을 시장이 믿기 시작했다"며 "지난 한 달 동안 버냉키 쇼크에서 회복하면서 주식시장을 이끈 업종이 ITㆍ자동차가 아닌 소재ㆍ산업재ㆍ금융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자금수급이 개선되고 있지만 개별 기업의 실적 등이 좋지 않아 당분간은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공격적인 정책을 내놓는다면 2,000선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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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서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추가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면서도 "당분간 박스권이 유지되면서 중국 변수에 따라 지수상단이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버냉키 쇼크로 치솟던 국내 채권 금리도 안정세를 되찾았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0.03%포인트 오른 2.88%에 거래를 마쳤다. 6월19일 이후 미국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패닉에 빠졌던 채권 시장이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버냉키 발언 이전 2.7~2.8%대를 유지하던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단기간 급등하며 한때 3.12%까지 치솟았지만 7월 들어 버냉키 쇼크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출구전략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국내 채권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 이후 자산 매입 축소에 대한 우려가 감소하고 주택지표 부진에 따라 금리가 하락했다"며 "그러나 자산 매입 축소가 현실화되기 전까지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미국채 시장의 높은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 역시 안정되고 있다. 6월25일 1,161.4원대까지 치솟았던 원ㆍ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118.9원으로 떨어져 오히려 버냉키 쇼크 이전 보다 더 낮게 형성됐다. 엔ㆍ달러 역시 한때 101엔대까지 치솟았지만 현재는 99.36엔으로 떨어졌다. 특히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노믹스'를 내세운 아베 정권이 압승을 거둠에 따라 앞으로 재정악화를 우려한 엔저정책 속도조절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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