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무질서·바가지 상혼에 멍든 부산불꽃축제

쓰레기 더미·베짱 영업 등 시민의식 실종 악습 되풀이<br>135만명 인파 한번에 몰려 인근 도로 아수라장 방불

"불꽃 향연이 화려해지는 무질서, 바가지 상혼도 심해지는 것 같아요."

전국 3대 불꽃축제로 자리잡은 '부산불꽃축제'가 상인들의 한탕주의와 관람객들의 무질서 등으로 얼룩지고 있다. 해마다 수십억원의 돈을 들인 만큼 전국적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시민의식 실종'이라는 악습이 되풀이되면서 올해 축제도 반쪽 성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9회 부산불꽃축제의 메인 행사인 멀티불꽃쇼가 열린 지난 26일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8시였지만 이미 5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행사 2시간을 앞둔 오후 6시부터는 아예 해수욕장 주변도로 진입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당시 몰렸던 인파는 93만명(부산시 추산). 무질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관람객들 가운데 상당수가 타고 온 승용차들이 광안리 해수욕장 주변 이면도로는 물론 주택가 골목길까지 노상주차하는 바람에 차량 소통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 또 곳곳에서 주민들과 주차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광안리 백사장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은 시민들이 넘쳐나자 해안도로까지 점령해 차량 통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주최 측은 행사 2~3시간 전부터 경찰이 해안가 쪽 인도까지만 자리깔기를 허용해 안전선을 설치했다. 하지만 '돗자리'는 도로변까지 밀고 나와 광안리 주변 도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밤 9시 행사가 끝나면서 혼란은 절정에 달했다. 광안리 93만명을 포함해 인근 해운대와 동백섬, 이기대 등 불꽃축제 관람지에 135만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인근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관람지 곳곳은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들로 넘쳐나 시와 구청이 이튿날 새벽까지 수거작업을 벌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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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상인들의 바가지 상혼은 시민 무질서보다 축제를 더 망쳤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메인 행사가 열린 광안리 해변가 도로변의 횟집, 카페, 레스토랑 등 상가들은 이미 이달 초부터 '불꽃축제 당일 예약 손님'을 받았다. 특히 창가나 테라스 등 명당 자리의 경우 한 테이블 당 20만~30만원 이상 메뉴만 주문을 받았다. 사실상 자릿세를 강요한 셈이다.

또 당일 날 일반 손님들에게도 엇비슷한 가격에 음식을 팔아 시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밖에도 평소 10만원대인 광안리해수욕장 주변 일반 호텔의 1박2일 상품이 특급호텔에 맞먹는 50만∼60만원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경찰과 구청이 합동으로 단속을 실시해 요금 미게시 업소 14곳 등 얌체업소 25곳을 적발해냈지만 업소들의 횡포에 비하면 일부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부산불꽃축제는 전야콘서트와 거리공연, 메인 불꽃쇼 등을 진행하며 총 25억원의 예산을 들였다.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불꽃쇼에만 최소 15억원의 돈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무질서로 올해 관람객 수는 지난해 150만명보다 오히려 줄어들었다.

시민 오모씨(45ㆍ해운대구 좌동)는 "해마다 수십억원의 아까운 예산을 들인 불꽃축제가 명실상부한 지역 대표 행사로 인정받기 위해선 무질서와 바가지상혼 등의 악습이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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